정치신인 진입장벽 확 낮춘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 주장
"TK·PK 목 치려니 밤잠 안 오지만…국민 여망 부응이 정치인 숙명"

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자신이 제안한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의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30㎝짜리 문턱을 10㎝로 깎아 깎아놔도 개미에겐 '만리장성'"이라고 비유했다.

기존 경선제도를 '만리장성'에, 정치신인을 '개미'에 비유해 경선제도를 바꿔 정치신인의 국회 진입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은 "정치 신인들에게 '우리가 이만큼 낮췄으니 들어와서 해보라'라는 건 권위주의적"이라며 "'한 번 해볼까', '한국당 노크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일문일답] 김형오 "공천문턱 10㎝로 깎아도 '개미'에겐 만리장성"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형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어떻게 할 것인지.
▲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는 국회의원 재당선 수단으로 전락했다.

정치 신인들에게 '우리가 이만큼 낮췄으니 들어와서 해보라'는 건 권위주의적이다.

30㎝짜리 문턱을 10㎝로 깎아놔도 개미에겐 만리장성이다.

신인이 '한 번 해볼까', '한국당 노크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겠다.

-- 취임 각오는.
▲ 정말 쉽지 않다.

썩 내키지 않는 자리였다.

탄핵의 바람은 거세고, 보수는 풍비박산됐고, 당의 사기는 사기대로 저하됐고, 그렇다고 뚜렷한 대안은 없고, 투쟁력이나 의지 모든 걸 상실한 상태였다.

몇차례 통화한 황교안 대표는 진지하고 절박했다.

스스로 거울을 봤다.

'어려울 때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 '죽음의 길'에 몸을 던지기로 했다.

-- 중진과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물갈이 표적인가.

▲ 치열한 내부경쟁을 거친 TK·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은 억울할 것이다.

그 사람들의 목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인간적인 정리를 생각하면 할 짓이 아닌 걸 괜히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나 그걸 하지 않으면 국민은 '물갈이'를 했다고 보지 않을 것 아니냐.
-- TK는 당에서 제시한 컷오프 33%, 현역 교체율 50%보다 높아질 수 있나.

▲ 그렇다고 봐야 한다.

포퓰리즘을 지양해야 하지만, 국민의 선택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고, 이번에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공관위원 구성은.
▲ 당에서 준비한 후보 명단을 안 받았다.

판단에 오히려 혼란을 줄 것 같아서다.

나름대로 여러 사람을 접촉해 영입할 생각이다.

공관위원 구성을 보면 '이번에 고생 좀 했네'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공관위가 설 연휴 직전에 출범해야 밥상에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 통합 전망은.
▲ 어떤 형태로든지 될 것이다.

시간이 석 달도 안 남았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

상대방에 '김형오 하는 거 보니 한국당 믿을 만하구나'라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

통합의 범위 등을 정하는 것은 내 담당이 아니다.

-- 통합이 공관위 구성에 변수가 되나.

▲ 일일이 통합 과정을 쳐다보면서 공관위를 운영하기에는 시간을 못 맞춘다.

공관위 활동이 통합에 걸림돌이 안 돼야 한다.

오히려 통합을 촉진하는 역할이 될 것이다.

--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등을 만날 용의가 있나.

▲ 생각은 있지만 안 만나는 이유는 혁신통합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내가 가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앞가림(공관위 구성)하기 바쁘다.

필요하면 만날 수 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

-- '통합을 촉진하는 공관위'가 무슨 뜻인가.

▲ 공천심사를 마치면 (새보수당 등에서) 사람들이 오겠나.

그런 배려는 해야 한다.

8명일 수도 있고, '8+α'일 수도 있다.

특별한 어드밴티지는 없다.

불이익도 없다.

공정해야 한다.

그들도 그런 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문일답] 김형오 "공천문턱 10㎝로 깎아도 '개미'에겐 만리장성"
-- 황교안 대표, 홍준표 전 대표, 중진의원 등이 '한강벨트'에 나서야 할까.

▲ 정치는 죽어야 산다.

죽을 각오를 하면 역사에 남고,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한국당에 쉬운 선거구는 없지만, 정치적 효과가 강한 곳이 수도권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영남 물갈이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영남 3·4선들을 무조건 서울에 갖다 놓는 것은 웃긴 이야기지만, 당에서 큰 역할을 했거나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는 분들은 당이 어려울 때 어려운 곳에서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유권자들도 뼈를 깎는 노력을 다 알아줄 것이다.

--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어떤가.

▲ 황 대표에게 묻지 않으려 한다.

황 대표 출마는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

황 대표가 국회의원 하려고 당에 들어온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정권은 공관위에 있다.

-- 한국당 지지율과 대권 주자 지지율은 왜 안 오르나.

▲ 여론조사의 정확도에 관해선 이 자리에서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당의 책임이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한 게 없다.

-- 황 대표 체제로 승산이 있겠나.

▲ 제가 곤란하니 황 대표에 대해선 묻지 말라.(웃음) 이 시점에서 황 대표 체제를 바꾸는 것이 맞는지를 따지는 것은 지나친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일문일답] 김형오 "공천문턱 10㎝로 깎아도 '개미'에겐 만리장성"
--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입장은.
▲ 진작 사면됐어야 한다.

'박근혜 구속된 거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구속 몇 차례나 되고도 남을 정도'라는 말이 시중에 떠돌 정도다.

문 대통령도 인간인데, 마음이 안 편할 것이다.

나는 지금 후배·동료 의원들 목 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오는데. (웃음) 문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생각은.
▲ 자유 우파는 민중의 과격한 시위에 버텨내는 힘이 약해 탄핵이라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이 어리석은 결정에 동참한 의원들과 탄핵을 막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었던, 정치적으로 수수방관했던 의원들이 서로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제 와서 '네 얼굴이 더 검다'고 하는 건 웃기는 짓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