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환호·'안철수' 연호에 회견문 낭독 수차례 중단되기도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의 귀국 장면은 마치 한류스타의 입국을 방불케 하듯 떠들썩했다.
안 전 의원이 탄 에어캐나다 063편의 바퀴가 활주로에 닿기 수 시간 전부터 200명 안팎의 지지자들은 대형 현수막을 치고 막대풍선을 들고서 그가 빠져나오는 제1터미널 E 입국 게이트 앞에서 장사진을 쳤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바른미래당 권은희·김삼화·김수민·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은 물론 '당권파'인 임재훈·최도자 의원도 안 전 의원 도착 1시간여 전부터 게이트 옆에서 안 전 의원을 맞기 위해 대기했다.
이동섭 의원은 녹색 넥타이를, 김삼화 의원은 녹색 목도리를 하기도 했다.
녹색은 안 전 의원이 2016년 총선 직전 창당해 이들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킨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오후 5시 15분께 E 입국 게이트 자동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짐을 실은 수레를 끌고서 안 전 의원이 등장하자 공항은 비명에 가까운 지지자들의 환호성과 "안철수"를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노타이 정장 차림의 안 전 의원은 환한 얼굴로 지지자들을 둘러본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지지자 사이에선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게이트 옆에 약식으로 마련된 회견 장소로 이동한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의원 및 당직자뿐 아니라 바닥에 앉아 그의 회견을 기다리던 기자 수십명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그간 약점으로 지목된 '빈약한 스킨십'을 의식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태블릿 피시를 꺼내 들고 화면을 손가락으로 휙휙 그으며 약 13분간 귀국 회견문을 읽어나갔다.
양복 품속에서 회견문이 적힌 종이를 꺼내 읽는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한 모습을 연출했다.
회견은 공항 귀빈실 등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가 아닌 입국장 바로 옆에서 임시로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해 진행됐다.
안 전 의원의 이날 메시지는 지난 2일 그가 정계 복귀를 선언한 뒤 페이스북 글, 영상 메시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미 밝힌 정계복귀 배경에 대한 설명과 내홍과 분열로 쪼그라든 현 바른미래당 상황에 대한 사과 등으로 시작됐다.
회견에서는 실용·중도 정당을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총선 불출마 표명도 나왔지만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싸잡아 비판하고, 야권 통합 논의에는 선을 긋는 내용은 기존 메시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지자들은 안 전 의원이 중도·보수통합을 논의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합류 여부에 대해 "저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하자 환호와 함께 안 전 의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회견문 낭독은 몇 차례나 중단되기도 했다.
다만, 안 전 의원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만날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사회자인 김철근 전 대변인이 추가 질의를 끊고 회견을 종료하면서 1년 4개월을 기다린 질문과 답변은 5개를 주고받는 데 그쳤다.
오후 5시 40분께 회견을 마친 안 전 의원은 몰려든 인파를 뚫고 공항 출구에 대기하던 카니발 차량에 가까스로 탑승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차를 둘러싸고 차창에 '하트'를 손으로 그리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