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21대 총선 밀양창녕 출마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21대 총선 밀양창녕 출마의사를 밝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중진 '험지 출마론'을 배제하고 '밀양창녕'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도발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공천배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5일 홍 전 대표는 부산시청에서 열린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에 참석해 "이번 총선에서 밀양창녕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일관되게 2022년 정권교체에 의미가 있는 곳에 출마하겠다던 의지를 확인시킨 셈이다.

이날 홍 전 대표는 "대선의 관건은 PK(부산·경남)다. PK는 견고하게 지지층이 있던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다 민주당이다. PK 전체를 끌고갈 축이 되는 정치인이 없다"면서 PK를 대표할 정치인이 되고 싶은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홍 전 대표는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PK 중진들의 '험지 출마론'에 대해 "선거전략을 갖고 그런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영남 중진 가운데 서울에서 당선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당에서 하는대로 하면 80석을 넘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어 "퇴임 이후 2년 가까이 당 지도부와 연락한 것이 없는데 이제와서 출마지를 이야기 한다"면서 "나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이 당의 '독립변수'라고 강조했다.

공천 탈락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 컷오프 이야기를 한다"면서 "여론조사 하면 내가 1등 할 건데 어떻게 컷오프 대상이 되느냐"고 일축했다.

아울러 황 대표를 겨냥해 "황 대표 출마지를 두고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봤을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비상이 걸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차원의 '험지 출마론'을 배제하고 '마이웨이식' 출마를 선언한 홍 전 대표의 도발(?)에 황 대표는 '컷오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한 인터넷 매체는 한국당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홍 전 대표가 밀양창년 지역 출마를 강행할 경우 컷오프를 시킨다는 게 현재 당의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16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황 대표는 "(홍 전 대표에 대한) 컷오프는 당 소속 의원들이 말한 것"이라면서도 "컷오프는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물론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 원로, 중진들이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곳에 가서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좋겠다고 말씀 드린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당 차원의 중진 수도권 험지 출마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홍 전 대표를 비롯해 험지 출마를 거부한 지도부급 인사들에 대해서는 '원외'이더라도 컷오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이날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본격적인 공천 작업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홍 전 대표의 컷오프 여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