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성공은 개별 아티스트와 개인 프로듀서에 의해 운영되는 예술영역에 제조업의 ‘대량 생산’ 개념을 접목한 혁신의 결과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위기와 기회가 교차되는 경제환경에서 K팝은 향후 부동의 수출 1위인 반도체와 더불어 주요 수출 품목이 될 것입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사진)는 14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성공경제포럼 특강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인간 감성과 편리함에 소구하는 신사업이 속출하고 있다”며 “그런 환경에서 음악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K팝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K팝이 실제로 한국 문화산업을 수출 주력 품목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문화콘텐츠 수출액은 75억달러로 가전(72억2000만달러)을 추월했다. 음악 콘텐츠 수출도 2017년 3억8000만달러에서 2018년 5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이 교수는 음악 콘텐츠의 생산유발 효과에 주목했다. 그는 “75억달러의 문화콘텐츠 수출에 의한 생산유발 효과는 365억달러(약 40조2000억원)에 달한다”며 “이 중 음악 수출 1달러는 약 17.7달러의 소비재 유발효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K팝의 성공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 ‘체계적 혁신의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20년간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을 비롯한 박진영, 방시혁, 양현석, 이호연 프로듀서 등 창의적 프로듀서 혁신가들이 예술에 생산·유통·소비라는 제조업의 혁신 개념을 접목하면서 K팝이라는 차별적 음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들이 K팝의 혁신성과를 이뤄낸 비결로 세 가지 공통적인 전략을 꼽았다. 첫 번째는 인재를 발굴하는 캐스팅부터 콘텐츠를 제작하는 프로듀싱과 유통하는 마케팅까지 컨베이어벨트처럼 아이돌 그룹을 배출하는 모든 과정을 한 기업 안에서 통합·운영해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음악 콘텐츠를 기반으로 광고, 예능, 드라마 및 영화 등 다른 장르와 미디어에 진출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화’다. 마지막 세 번째는 음악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는 ‘세계화’다.

이 교수는 K팝의 혁신 모멘텀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서는 “1세대 프로듀서 혁신가들의 성공을 뛰어넘어 글로벌 수준의 혁신적 콘텐츠를 창출하는 2세대 프로듀서 혁신가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건전한 산업 생태계와 제도적 여건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