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스포츠카 'GR 수프라(SUPRA)' [사진=도요타코리아]
도요타 스포츠카 'GR 수프라(SUPRA)' [사진=도요타코리아]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자동차 업계가 올해 초부터 신차 출시 등을 계획하고 있다.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지난달 반등에 성공한 만큼 분위기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13일 외제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코리아는 오는 21일 스포츠카 'GR 수프라(SUPRA)'를 출시한다. 1978년 탄생한 수프라는 과거 도요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인기를 끌다가 2002년 단종됐다. 2인승으로 제작된 신형 수프라는 도요타가 기획과 디자인을 맡았고 엔진은 제휴 관계를 맺은 BMW 제품이 장착됐다. 알려진 초기 물량은 약 30여대이며 가격대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약 60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도요타코리아는 다음달 캠리 스포츠 에디션 XSE 모델을 200대 한정으로 판매하고 3월 중순에는 프리우스 4륜 구동모델과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를 연이어 국내 시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브랜드가 국내에서 신차 출시 행사를 여는 건 지난해 6월 12일 렉서스 '뉴 RC' 출시 이후 7개월 만이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처음이다. 한국닛산이 지난해 7월16일 신형 '알티마' 출시 행사를 계획했었지만 당시 여론이 좋지 않아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도요타코리아 외에 혼다코리아, 한국닛산 등 타 업체들은 구체적인 신차 출시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 다만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오던 프로모션을 이어가며 도요타코리아의 신차 출시 후 상황을 살펴본다는 반응이다. 일본차 업계의 대표격인 도요타코리아 성적이 향후 일본차들의 전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인피니티 세단 Q50 S [사진=인피니티 제공]
인피니티 세단 Q50 S [사진=인피니티 제공]
지난해 일본차 업계는 가까스로 두 자릿수 점유율을 지키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판매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판매된 일본차는 총 3만6661대로 전년대비 19% 줄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15%로, 전년 17.4%보다 2.4% 포인트 내려앉았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본차 업계의 분위기는 역대급 기록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일본차는 수입차 시장에서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월별 판매 대수도 4000대 안팎이었다. 판매량으로 살펴보면 상반기에만 2만3483대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10.8%가 증가했다. 외제차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 소진과 프로모션 강화로 판매량이 증가한다는 특성을 감안하면 연판매 신기록 달성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일본차는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7월 판매량이 2674대로 뚝 떨어지더니 8월에는 1398대까지 떨어졌다. 9월에는 1103대로 떨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월 판매 1000대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일본차 업계에 퍼졌다. 급기야 마진을 포기하고 점유율 사수를 위해 대규모 프로모션에 돌입해 10월부터는 반등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019년 10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도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5개 브랜드 판매량은 1977대로 9월 1103대 대비 79.2%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3670대까지 판매량이 증가했다.
닛산 신형 알티마 [사진=한국닛산]
닛산 신형 알티마 [사진=한국닛산]
일본차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없다는 기저효과가 깔린 탓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차의 실적에 회의감을 갖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을 확정짓지 못했고. 한국닛산은 '무라노'와 '370Z'를 판매 라인업에서 제외, 중형 세단 '알티마', 플래그십 세단 '맥시마', 전기차 '닛산 리프'만 남게 됐다.

한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신차 카드를 꺼낸 도요타의 상반기 성적이 일본차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며 "일본 브랜드들은 4월부터 회계연도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맞춰 신차 출시 소식이 들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