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선원 수십 명 익수…선원 선상 음주에 대한 법적인 제재 없어

지난 7일 경남 통영에 사는 선원 A(74)씨는 술을 마시고 자신이 근무하는 배로 돌아가려다 바다에 빠졌다.

만취 상태인 그는 행인의 신고로 큰 부상 없이 통영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해 12월에도 남해군 내 항구에서 술을 마시고 배로 돌아가다 바다에 빠진 선장 B(65)씨가 만취 상태로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12일 통영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통영해경 관내에서 술에 취한 선원이 본인이 근무하는 선박에 오르거나 선상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12건 발생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술에 취한 선원이 바다에 빠졌다 구조되고 있다.

통영해경 관내 통계로만 1년에 12건이기 때문에, 전국으로 치면 매년 선원 수십 명이 술에 취해 바다에 빠지고 있는 셈이다.

근무환경 특성상 선원들은 조업에 나가지 않더라도 배를 지키기 위해 배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통영지역 한 선원은 "조업인들에게는 배가 집이기 때문에 술을 먹고 집에 가는 것뿐이다"면서 "술을 마시는 건 개인의 자유고, 부주의로 다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조업에 나가서도 길게는 몇 달 동안 바다에 머물 만큼 일이 고되기 때문에 술판이 자주 벌어진다.

이 경우 선장이 술을 마시고 조타기를 잡는 건 음주 운항으로 법적 제재가 있다.

최근 해사안전법이 개정돼 처벌도 최대 징역 3년에서 5년으로 엄해진다.

하지만 조타기를 잡지 않는 선원이 술을 마시고 배에 오르는 건 막을 방법이 없다.

관련법도 없다.

선주가 선원에게 선상에서 실수할 만큼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는 정도다.

해경도 만취 상태로 배에 오르다 익수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선상 음주 자제 홍보 등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통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영해경 김길규 해양안전과장은 "안전상 술을 마시고 배에 오르면 위험하기 때문에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육상보다 해상에서는 술을 마시고 미끄러졌을 때 크게 다치거나 바다에 빠질 수 있어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