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국민동의청원 제도를 본격 시행한다. ‘국민 10만 명 동의’를 얻은 온라인 청원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하는 제도다.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인다는 취지지만 특정 세력의 세몰이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회는 10일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를 열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인 국회청원심사규칙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지금까지는 국회의원 한 사람의 소개가 있을 때에만 국회에 청원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국민 10만 명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안으로 자동 회부된다.

국회 온라인 청원은 법률 제·개정, 공공제도·시설운영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는 청원법에 따라 우선 30일 안에 100명 이상 찬성을 받은 청원을 7일 이내 심사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한 처벌, 개인적 민원 등 청원 요건이 성립하지 않은 제안을 거른다. 모든 종류의 청원을 받는 청와대 청원과는 다른 점이다.

청원 심사에서 통과된 청원이 이후 10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에 의안으로 회부된다.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법제화가 결정되면 이후 의원 입법처럼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청와대 청원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원론적인 답변을 해주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다. 국회 청원은 상임위에서 논의를 거쳐 입법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복 동의가 가능한 청와대 청원과 달리 국회 청원은 중복 동의가 불가능하다. 실명 인증을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임종훈 홍익대 교수(전 국회 입법조사처장)는 “지금까지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국회 청원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온라인 청원으로 민의를 직접 반영할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반면 세를 결집할 수 있는 세력에 유리할 것이란 비판도 있다. 10만 명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민단체나 노동단체, 직능단체와 같은 특정 단체 중심의 청원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민의가 왜곡돼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 청원에서 나타났듯 청원이 국민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도 있다”며 “엄격한 심의를 통해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