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인 "이렇게 긴장하면서 경기한 건 정말 오랜만"
'벼랑 끝에 몰렸지만,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주장 신영석(현대캐피탈)은 희망을 조금이라도 붙잡고 싶어서 "할 수 있다"를 목청껏 외쳤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할 수 있다'는 다짐과 함께 기적과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자 펜싱의 박상영처럼 남자배구도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배구 대표팀은 9일 중국 장먼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예선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카타르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고 B조 2위로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지면 곧바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벼랑 끝 승부였다.

한국은 1, 2세트를 따냈지만 3, 4세트를 내주고 궁지에 몰렸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카타르의 서브와 블로킹 벽은 갈수록 위력을 더해갔다.

사실상 흐름이 넘어간 상황이었지만 주장 신영석을 중심으로 대표팀 선수들은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결국, 한국은 5세트 살얼음판 승부 끝에 15-13으로 마지막 세트를 따내고 2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 꿈을 이어갔다.

경기 뒤에 만난 신영석은 "옛날에 펜싱의 박상영이 그랬던 것처럼 '할 수 있다'만 외쳤다.

계속해서 할 수 있다고 동료들을 독려했다"고 말했다.

운명의 5세트에서 활약이 돋보였던 신영석은 "어떻게든 올림픽을 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며 "다들 같은 마음이었기에 위기를 넘긴 것 같다"고 했다.

5세트 13-12에서 결정적인 블로킹을 잡아낸 전광인(현대캐피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1, 2세트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빨리 끝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3세트부터 카타르 선수들이 서브를 강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리시브 쪽에서 많이 흔들렸는데, (정)민수, (정)지석이가 리시브 라인에서 잘 버텨줘서 오늘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인은 "5세트에서 지면 끝이라는 생각에 긴장도 많이 했다.

이렇게 긴장하면서 경기한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며 "그만큼 이기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플레이했더니 간절함이 통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울컥했다.

앞선 두 경기에서 잠잠했던 박철우(삼성화재)도 대표팀 에이스로서 진가를 발휘했다.

박철우는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20점을 터트리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박철우는 "앞선 두 경기는 공격에서 많이 이끌어주지 못해 아쉬웠다"며 "오늘은 세터 한선수와 호흡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맏형'인 그는 "선수들에게 이 고비를 못 넘기면 어차피 올림픽 티켓 못 딴다고 말했다"며 "선수들도 그런 부분을 잘 인지해서 위기를 넘어간 것 같다"고 했다.

블로킹을 6개 잡아낸 최민호(현대캐피탈)는 "이 한 경기로 모든 게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간절한 마음을 갖고 했다"고 "가면 갈수록 분위기가 처져서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선수들이 같이 힘을 내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마지막 한 경기라는 생각을 갖고, 굳은 자세로 임해야 할 것 같다"며 "조 1위로 준결승에 갔더라도 결승에서 이란을 만났을 것이다.

(준결승에서 이란을 만나더라도) 미리 만났다고 생각하고 잘 준비해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