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부실세 제거 후 온라인·문자 광고 공세 펼치며 후원금 유도
"엄중한 안보 사안을 후원 얻기 위한 도구로 여겨" 지적도
트럼프 재선캠프, '이란 공습 홍보' 페이스북 광고 1천건 쏟아내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캠프가 이를 활용해 대대적인 온라인 광고 공세에 나서 비판받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의 표적 공습으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 지 3일 만인 6일부터 트럼프 재선 캠프는 그의 군사 업적을 홍보하는 페이스북 광고 약 1천 건을 쏟아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광고 중 다수는 지지자를 대상으로 한 군사 설문 조사 형식을 띤다.

"매우 위험한 이란 테러리스트 지도자 제거 결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포함해 몇가지 질문을 하고는 응답자에게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할 것을 요구한다.

설문 문항에 모두 답하면 참여자들은 트럼프 캠프에 후원금을 내도록 권유받는다.

트럼프 재선캠프는 또 최근 지지자들에게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군을 다시 강하게 만들었다!" 등 솔레이마니 사령관 제거를 홍보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WP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탄핵, 이민 등 다른 정책과 관련해 기존에 펼친 광고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지지층을 구체적으로 겨냥한 '표적 광고'로 이들을 움직여 정치적 담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간다는 전략이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데이터 책임자로 근무한 맷 브레이나드는 이런 '광고 공세'와 관련, "선거 캠프로서는 대통령이 성과를 낼 때마다 그가 재선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삼을 만하다"며 "테러리즘에 맞서 조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공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우려를 낳을 정도로 엄중한 사안을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루키 디지털포렌식연구소장은 "공포에 기반해 지지자 목록을 늘리고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온라인 후원 활동을 벌이는 것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우선순위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이자 테크 기업가 출신인 앤드루 양 역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전쟁 관련 사안을 발빠르게 광고로 활용하는 것은 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국가 안보 문제에 근거해 결정을 내릴 것을 기대하지, 이를 유권자 데이터 수집 기회로 활용하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