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의원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에 전화를 걸어 지시받아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감금을 비롯한 여권의 패스트트랙 처리를 주도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8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한국당 의원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은 채 의원의 감금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 의원은 작년 4월25일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채 의원이 집무실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전화로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

경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든지 해서 끌려나가는 모습이 비치게 해야 한다"며 감금 상황을 유지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채 의원은 당일 오전 9시께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상황이었으며,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던 사개특위 법안 회의에 참석해야 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감금으로 출석이 지연됐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당일 오후 3시께 채 의원이 유리를 깨서라도 나가겠다며 감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자 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실제로 당시 현장의 한국당 의원들이 나 의원의 지시에 따라 채 의원의 감금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나 의원이 패스트트랙 처리 지연 작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사실이 적시됐다.

나 의원은 여권 의원들이 신속처리 안건 처리에 합의하자 4월22일 언론 인터뷰, 23일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한 긴급 의원총회', 같은 날 '패스트트랙 규탄 집회', '긴급 의원 총회' 등에서 "패스트트랙 움직임을 철저하게 저지하겠다", "목숨 걸고 막아야 된다"는 등의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 패스트트랙 저지를 이끌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여러 차례 "저부터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 선봉에 서겠다", "우리 대오에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계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한국당 의원들이 당 대표와 원내 지도부 등의 지시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단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공유하면서 현장을 점거하거나 접수를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은 지난 2일 황 대표 외에 나 의원 등 한국당 의원 23명, 민주당 의원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국회 회의장 소동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한국당 소속 보좌관·당직자 3명, 민주당 소속 보좌관·당직자 5명 등 총 8명도 기소하거나 약식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