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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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 등 신(新)가전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단 지난해 4분기 실적은 TV, 스마트폰 등의 성수기 마케팅 비용이 겹치면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LG전자는 지난 4분기(10~12월) 매출 16조610억원, 영업이익 986억원의 잠정 실적(연결 기준)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은 LG전자가 역대 4분기 중 최대치지만 영업익은 당초 국내 증권사에서 예상한 전망치(25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사업의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심화, 8K TV와 스마트폰 성수기 마케팅 비용 집중 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 이후 1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사업이 약 3000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4분기 영업익 부진에도 LG전자의 연간 기준 매출은 2017년(61조3963억원)을 뛰어넘는 62조306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매출이 3년 연속 60조원대를 돌파해 어려운 대외환경에도 외형 확장에 성공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2조43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 감소했으나 역시 3년째 2조원대를 지켜냈다.

이날 잠정 실적 공시에는 사업 부문별 구체적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 부문이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LG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가전 부문에서만 연매출 2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했다.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등 신 생활가전 판매 호조에 냉장고·세탁기 등이 북미 등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LG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 시장 비중이 70%를 넘어 지난해 불안정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LG전자 가전부문은 계절적 비수기였음에도 소형 가전의 안정적 성장, 스타일러 등 신성장 가전 해외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이 포함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 사업부는 고민거리다. 지난해 4분기에도 스마트폰 사업은 영업손실을 거둔 것으로 추산돼 19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는 앞선 3분기 1610억원까지 낮춘 적자 규모가 다시 1000억원가량 늘었을 것으로 파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보다 23.8% 줄었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 안착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연말 재고 비용, 성수기 진입에 따른 판촉 경쟁 심화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LG전자가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VS(자동차부품솔루션) 사업부문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산업 특성상 VS 부문은 당분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상반기 가전과 TV의 성장이 제한적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HE사업본부는 LG디스플레이의 광정우 공장 증설에 따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출하 확대, H&A사업본부는 신성장가전 해외 성과 등으로 전 사업부가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고 총평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