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태', '궤변' 등의 원색적인 단어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생략했던 대남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6일 '진실은 가리울 수 없는 법' 제목의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과 관련해 "말 그대로 가소로운 넉두리, 푼수 없는 추태"라며 "사대매국적이며 동족대결적인 대북정책에 매달려 모처럼 찾아왔던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망쳐놓은 장본인들이 뼈아픈 반성을 해도 부족할 판에 치적 자랑을 하고 있으니 그 뻔뻔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라 지칭하면서 "어처구니 없는 것은 여기에서 남조선 당국자가 조선반도에서의 대화·평화 흐름을 마치 저들이 주도하기라도 하는 듯이 자화자찬하면서 철면피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은 아전인수 격의 궤변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보고 창피스러운 입방아를 그만 찧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23일에도 "남조선 당국이 또다시 조미(북미) 사이의 중재자로 나서보려고 주제넘게 설쳐대고 있다"며 "그야말로 푼수매련없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북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 역시 이날 '혹 과대망상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제목의 개인필명 글에서 북미 간 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평가 절하했다. 메아리는 "2019년 남측은 북미 사이에서 무슨 중재자 역할을 표방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결국 미국만 의식하면서 북미 관계의 결과를 기다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며 "한미동맹의 틀에 자기를 스스로 가둬놓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