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반발 속 러시아 "긴장높일 모험주의 행보", 中 "특히 미국이 자제해야"
서방은 '이란 책임론' 지적하면서도 "추가 갈등 안돼"…이스라엘은 '트럼프 지지'
美 '이란군 실세' 제거에 국제사회 우려…"더 위험한 세계됐다"(종합2보)
이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3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하면서 세계의 '화약고' 중동을 둘러싼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군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개연성을 키우면서 중동 정세를 예측할 수 없는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국을 겨냥한 공격을 준비했다며 그의 제거를 '방어작전'으로 정당화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번 공습이 더욱 심각한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의 긴장 격화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지금은 지도자들이 최고의 자제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이라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을 통해서 낸 성명에서 "세계는 걸프 지역에서 또 다른 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대표도 성명을 내고 "EU는 모든 관련 당사자들과 영향력 있는 그들의 동맹국에 최대한 자제를 발휘하고 책임감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美 '이란군 실세' 제거에 국제사회 우려…"더 위험한 세계됐다"(종합2보)
그러나 미군 공습의 피해자가 된 이란과 친이란 이슬람 시아파 세력들은 보복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그(솔레이마니)의 순교는 그가 끊임없이 평생 헌신한 데 대한 신의 보상"이라며 "그가 흘린 순교의 피를 손에 묻힌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는 이날 미군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도 미국을 비판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미국은 이런 큰 범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헤즈볼라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길'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란 지도부와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하마스는 지역 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의 범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모두 친이란 조직으로 꼽힌다.

시리아 외무부 관계자도 자국 사나 통신에 "시리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로 이어진 미국의 기만적이고 범죄적인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美 '이란군 실세' 제거에 국제사회 우려…"더 위험한 세계됐다"(종합2보)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도 미국을 향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새해 연휴 중인 이날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논평을 내고 "미국의 이같은 행보는 (중동)지역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행동은 중동에 누적된 복잡한 문제의 해결 모색을 촉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역내 긴장 고조의 장을 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무부 관계자는 타스 통신에 "미사일 공격을 통한 솔레이마니 살해를 우리는 전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를 초래할 모험주의적 행보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耿爽)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관련국들, 특히 미국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해 긴장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관계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미국과 동맹 관계인 서방 국가들은 이란에도 이번 공습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긴장이 더 고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울리케 뎀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미국의 공습을 "일련의 (이란 측) 군사 도발들에 대한 대응"이라고 감싸면서 "우리는 위험한 긴장고조의 지점에 있다"고 염려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정부는 이란 쿠드스군의 공격적 위협을 항상 인지해왔다"면서 "우리는 모든 당사자들에 긴장 완화를 촉구한다.

추가 갈등은 우리 중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외무부의 아멜리 드 몽샬랑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현지 방송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더 위험한 세계를 목도하게 됐다"면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안정과 긴장 완화"라고 말했다.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곧 중동의 당사국들과 접촉해 이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수와-필립 샹파뉴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끄는 이란혁명수비대의 쿠드스군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해 왔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라크의 안정과 단합"이라고 말했다.

美 '이란군 실세' 제거에 국제사회 우려…"더 위험한 세계됐다"(종합2보)
아랍권의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도 긴장 확산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란의 중동 내 최대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우디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행동을 피하기 위해 자제의 중요성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집트 역시 외무부 성명으로 아랍권에 추가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로 각국이 사태 악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 지지를 재확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그리스에서 이스라엘로 귀국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하고 강력하면서 신속한 행동은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안보, 평화, 자위를 위한 미국의 전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이스라엘이 자기를 방어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미국도 똑같은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2인자 야이르 라피드도 트위터에서 "그(솔레이마니)는 수천명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

이란 정권은 테러리스트 정권이다"라며 미국을 옹호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 우방이고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는 적대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