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터널 깊어진 경제
이념 편향의 생소한 정책이
부정적 충격 키운 탓
정책 목표부터 명확히 하고
효율적 추진 위한 지혜 모아야
김소영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새로운 경제 정책도 지속적으로 도입됐다. 2018년부터 시작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전격 시행 등 노동정책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많은 정책이 새로 시행됐다. 12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종합부동산세,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같은 수요 억제에 중점을 둔 주택정책이 도입됐다. 대대적인 재정확장 정책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40%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은 대외 여건과 시대 변화에 따라 나타난 측면도 있지만, 새로운 경제정책 도입의 부정적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상당수 정책이 기본적인 경제 원리로도 이해하기 어렵고, 생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는 점이다. 정부 정책 탓에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은 시행하기에 앞서 최소한 달성하려는 목표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생소한 정책인 경우 더욱 그렇다. 정책 목표를 명시한다면 적어도 왜 그런 정책을 시행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목표는 경제성장률 제고인지, 실업률 하락인지, 소득불평등 해소인지, 노동자 복지 제고인지 명확히 했어야 했다. 또 종부세 인상과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정책으로 달성하려는 목표가 부동산 가격 하락인지, 가계부채 감소인지, 소득불평등 해소인지 아니면 세수 증대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이 모든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두 가지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 가지 정책으로 모든 것을 실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서’라는 것 같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목표를 잡는 것도 문제다.
정책 목표를 명시하는 데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실제로 그 목표를 달성하면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명시한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 목표 달성에 필요한 정책을 논의할 수 있고 조언도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음 시도에는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정책 목표 자체도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공개하기 어려운 정책 목표라면 과감히 버려야 한다.
목표를 명시한 뒤에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새로운’ 노동 관련 정책, 새로운 부동산 관련 정책은 이미 수차례 시행했다. 안 되면 또 하고, 될 때까지 추가 정책을 도입하겠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처음부터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입안해 시행해야 한다.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것이 많다. 정책 시행이 성공적이지 못할 경우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정책으로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다섯 가지 정책을 통해 달성했다면, 경제에는 이미 적어도 네 가지의 부작용이 발생했을 수 있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한국 경제가 지난해와는 다른, 새로운 도약의 길을 걷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 국민 모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먼저 정책 목표를 명시하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한 뒤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