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해안경비대 대폭 증강…2021년 '남중국해 행동준칙' 타결 주목 국제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고 해상물동량이 연 5조 달러에 달해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주변국이 자원 영유권과 어업권 등을 놓고 끊임없이 분쟁하는 해역이다.
SCMP에 따르면 사이푸딘 압둘라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구단선' 주장에 대해 "남중국해 전체가 중국에 속한다는 중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구단선(nine-dash line)은 중국이 1940∼1950년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으로, 중국은 이 구단선을 근거로 남중국해 수역의 90%가량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사이푸딘 장관은 최근 유엔에 제출한 남중국해 관련 제안서를 옹호하면서 "누군가 우리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남중국해에 접한 자국 해안에서 200해리 수역을 넘는 대륙붕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제안서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SC)에 제출했다.
이에 중국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말레이시아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침해했다"며 강력하게 비판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 유엔이 말레이시아의 주장을 검토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베트남은 최근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발간한 국방백서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베트남은 국방백서를 통해 "일방적인 행동, 힘에 기반한 강압, 국제법 침해, 군사기지화, 국제법이 보장한 베트남의 주권과 영유권 침해 등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중국을 비난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피어리 크로스 암초 등 7곳을 인공섬으로 조성해 군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을 계속 설치하고 있으며, 이는 남중국해를 중국이 군사 기지화한다는 주변국의 강력한 비판을 받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친 중국적인 정책을 펴는 필리핀도 해안경비대를 대폭 강화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필리핀은 올해 4천 명, 내년에 6천 명을 증강하는 등 2025년까지 해안경비대 2만5천 명을 증강해 갈수록 남중국해에서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국 해안경비대와 어선들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남중국해를 놓고 동남아 국가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2021년 타결 시한이 다가오는 '남중국해 행동준칙(COC)'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아세안(ASEAN)은 지난 2002년 영유권 분쟁 악화를 막기 위한 '남중국해 분쟁당사국 행동선언(DOC)'을 채택했으며, 구속력 있는 이행 방안을 담은 행동준칙을 2021년까지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의 콜린 코 교수는 "남중국해 주변국들이 최근 목소리를 키우는 것은 2021년 COC 타결을 위한 협상에서 발언권을 키우고, COC 타결 전에 최대한 남중국해 내 지분을 획득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남중국해 COC 타결을 앞두고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시설을 세우고 비행 훈련 등을 하며 이 해역을 실질적으로 점유한다는 전략을 펴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동맹국 등과 함께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콜린 코 교수는 "미국은 설사 COC가 타결되더라도 '항행의 자유'라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남중국해 주변국들에 상기시키기 위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