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표결 코앞에 두고 국회 농성장 철수·규탄대회 연기
黃 "한국당과 함께 방어막 만들자"…홍준표 "나를 내려놔야 살 수 있어"
장외투쟁 동력 잃은 한국당, 보수통합 논의 재점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저지를 위해 강경 투쟁에 집중해온 자유한국당이 투쟁의 강도와 빈도를 낮추면서 보수통합 논의를 재점화하고 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이들 법안 저지를 위해 삭발, 단식, 농성 등 강경일변도 노선을 걸어왔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황 대표는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어서 그가 주도해온 '강경 투쟁' 동력도 상당히 약해진 상황이다.

한국당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하던 무기한 농성도 전날 부로 종료했다.

당초 28일 광화문에서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심판 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가 이를 1월 3일로 미뤘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서울역에서 전단을 배포하기로 했던 일정도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급물살을 탔다가 패스트트랙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보수통합 논의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황 대표는 전날 대국민 호소문에서 "흩어져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분열해서는 이길 수 없다.

선거법 좌파 독재 저지를 위해 머릿속 다른 생각을 비우고, 한 줌 생각 차이 다 비우고 힘을 합치자"며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는 데 당의 울타리가 무슨 소용이냐"고 밝혔다.

황 대표가 단식 이후 당무에 복귀한 이달 초 "이제 통합도 구체적인 실천에 옮겨야 한다"고 말한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나온 통합 관련 메시지인 셈이다.

장외투쟁 동력 잃은 한국당, 보수통합 논의 재점화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절박함 속에서 '생각 차이를 다 비우자'는 황 대표의 발언은 최근 출범한 국민통합연대의 방향과도 맞닿아있기도 한다.

국민통합연대는 분열된 보수의 통합을 기치로 한국당 상임고문인 이재오 전 의원이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등과 함께 지난 23일 출범한 단체다.

이 단체의 공동대표인 최병국 변호사는 출범식 인사말에서 "우리가 지켰던 나라가 소위 종북좌파 정권의 암초에 걸려 침몰 일보 직전"이라며 "지금은 원수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악에 맞서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라고 황 대표의 통합 메시지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하지만 황 대표의 통합 의중과 홍 전 대표가 밝힌 통합 구상에는 차이가 있어 실제 통합 논의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전날 호소문에서 "저 황교안과 함께, 한국당과 함께 자유 우파의 방어막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황 대표의 발언은 한국당을 중심으로 보수 정당 및 정파가 모이는 통합으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통합 비대위 구성을 통해 보수·우파 빅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위기 탈출용 보수·우파 통합이 아닌 나를 내려놓는 진정성 있는 보수·우파 통합 만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라며 "나를 버리고 나라를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국당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 황 대표가 당권이나 지분을 내려놓고 제3지대에서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