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親)노조 정책 바람을 타고 급격히 세를 불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제치고 제1 노총이 됐다. 1995년 설립 이후 23년 만이다. 노동계 세력 판도가 뒤집히면서 양 노총 간 조직 경쟁 격화와 함께 노정 관계는 물론 산업현장의 노사 관계도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25일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에 따르면 민주노총 조합원은 96만8035명으로 한국노총(93만2991명)보다 3만5044명이 많았다. 전년도만 해도 한국노총이 87만2923명, 민주노총이 71만1143명으로 16만 명가량 차이가 났으나 1년 만에 뒤집혔다. 민주노총은 지난해에만 26만 명 가까운 신규 조합원을 모았으나 한국노총은 6만 명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전국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은 233만1000여 명으로 2017년 대비 10.4%(24만3000명)나 늘었다. 전체 조합원 수를 노조 가입이 가능한 근로자 수로 나눈 노조 조직률은 11.8%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12%를 기록했던 2000년 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정지원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노조 조직률이 1년에 1%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 정부 정책 효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에 비해 강경하고 투쟁적인 민주노총이 노동계 대표가 되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에도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해 노·사·정 대화에 임했지만 향후 대표성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의 내부 의사결정 구조로 볼 때 강경 투쟁 목소리가 커지면 노사, 노정 관계는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