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모 아파트 일방적 안내문…주민들 "설명조차 없었다" 반발

전북의 한 아파트에 연말연시 모금을 입주민에게 강제하는 문구가 적힌 전단이 나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모금 참여를 독려하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강제로 일정액을 할당하는 방식에는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내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아파트 단지에 붙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 모금' 안내문을 보고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다.

마을 이장이 붙인 안내문에는 '읍사무소에서 우리 마을에 154만원 (모금 목표액)을 책정했다.

한 가구당 9천원이 할당됐으니 이장이 방문할 때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부재중 가구는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문구도 적혀 사실상 입주민 전체에게 모금을 강제한다는 인상을 줬다.

A씨는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 민원 게시판을 통해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돈을 내라고 한다"며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는데 기부하고도 찝찝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마을별로 목표액을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며 "차라리 모금함을 만들든지 지자체 예산으로 지출하든지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덧붙였다.

"가구당 9천원 내라"…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강제 할당 논란
24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모금 목표액을 마을 이장에게 할당하는 곳은 A씨의 아파트만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한 면사무소는 'B마을 40만1천380원, C마을 31만5천840원' 등 36개 마을의 모금 목표액을 정해 이를 정리한 표를 이장들에게 전달했다.

한 가구당 기부액을 일괄적으로 정해 고지하거나 목표액을 사실상 할당을 의미하는 '배분액'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지자체는 마을 이장의 착오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해당 지자체는 "안내문에서 언급한 금액은 '목표액'일 뿐, 기부는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에 모금한 성금 액수를 사랑의 열매로부터 전달받아 알리는 과정에서 이장이 열정을 갖고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할당액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발적인 모금을 요청할 때보다 마을별 목표액을 안내할 때 기부율이 높아 목표액을 안내하는 방식을 이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지자체에서 목표액을 할당하고 모금을 강제하는 '하향식' 기부는 되레 기부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나눔사업국장은 "하향식 기부와 관련한 민원이 제기됐다는 것은 주민들이 이러한 방식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로를 통해 회비 납부를 독려하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향식 기부 방식은 단기간에 모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면 자발적 기부를 원하는 시민 의식과 격차가 커져 기부 전체가 외면받을 수 있다"며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세대의 기부자에 대한 문화와 방식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