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하지 않으면 일본 대표 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기 때문"
럭비 월드컵 활약 구지원, 한국인이 일본 위해 최선 다한 이유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일본 대표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니까요.

"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활약한 구지원(25·혼다 히트)은 한국 출신의 선수가 어떤 생각으로 일본을 위해 싸웠는지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24일 자사 홈페이지에 구지원과의 인터뷰를 총 3회에 걸쳐 게재했다.

일본 럭비는 지난 9월 20일∼11월 2일 자국에서 처음 개최된 럭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치른 8강전은 평균 시청률 41.6%(순간 최고 시청률 49.1%)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국가대표팀의 선전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향도 불러왔다.

일본 대표팀은 31명 엔트리에서 외국 출신 선수가 7개국 15명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생김새부터 다른 선수들이 일본 국가대표로 하나가 돼 웃고 우는 장면은 일본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얼마나 반향이 컸느냐 하면 일본 럭비 대표팀의 구호인 '원팀(ONE TEAM)이 지난 2일 일본 신조어·유행어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유일한 한국 출신 선수인 구지원은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구지원은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국에서는 럭비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아서인지 그렇게 큰 반응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럭비 선수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한국의 럭비 선수들이 기뻐해 줘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구지원의 아버지는 1980∼1990년대 한국 럭비 국가대표로 뛴 구동춘씨다.

일찌감치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구동춘씨는 구지원을 뉴질랜드로 조기 유학을 보냈다.

이후 구지원은 중학교 2학년 때 일본 오이타현으로 건너와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모든 연령별 일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 럭비를 했던 아버지는 아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럭비를 하게 해주고 싶었다.

키 183㎝, 체중 122㎏의 육중한 체격을 자랑하는 구지원은 17세 이하 대표팀부터 모든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됐고, 이번 럭비 월드컵에서 스크럼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며 큰 박수를 받았다.

게다가 스코틀랜드전에서 옆구리를 다쳐 경기 도중 교체됐을 때 흘린 눈물로 인해 "구지원을 보면서 감동했다"는 일본 팬들의 반응이 많았다.

일본인 선수가 일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는 어떤 생각으로 일본을 위해서 싸우는 것일까.

구지원은 이에 대해 "일본에서 신세를 진 사람들이 워낙 많다"며 "중학교 시절 스모부에 초대해준 선생님은 지금도 경기 때마다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중·고교 시절을 보낸 오이타현 사이키시의 분들이 내 포스터를 만들어 시내에 붙여줬다.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다.

해외 출신 선수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일본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일본에서 뛰는 모든 럭비 선수가 동경하는 꿈이다.

모두가 럭비 월드컵에 나가고 싶어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 출신의 저를 뽑아줬다.

그렇게 선정된 이상은 일본에서 럭비를 하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일본 대표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하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