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립 빌릭스 대표 "황달 유발 빌리루빈으로 심근경색 후유증 치료"
“활성산소를 없애고 면역체계를 조절해주는 빌리루빈을 물에 녹도록 변형해 세계 최초로 신약 물질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김명립 빌릭스 대표(사진)는 “빌리루빈을 활용한 심근허혈성 재관류 손상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며 “2022년께 임상 1상시험에 들어가 환자들에게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노엔텍 대표, 유틸렉스 총괄부사장을 지낸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전상용 KAIST 석좌교수와 함께 창업했다. 물에 녹는 빌리루빈으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급성 심근경색은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제때 병원을 찾아 치료 받아도 사망률이 5~10%에 이른다. 막힌 혈관을 스텐트(가는 철망)로 뚫어도 심근허혈성 재관류 손상 등으로 심장이 망가질 위험이 높다. 멈췄던 심장으로 혈액이 돌면서 활성산소가 갑자기 많아져 심장근육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심근허혈성 재관류 손상이다. 김 대표는 “세계적으로 임상시험만 150건 이뤄졌지만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며 “치료제 수요가 상당히 높다”고 했다.

빌릭스는 빌리루빈에 주목했다. 황달 원인으로 알려진 빌리루빈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분해돼 생긴다. 간 기능이 좋지 않을 때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이 수치로 간 기능 이상 여부를 판단하기도 한다.

세계 과학계가 빌리루빈을 다시 보게 된 것은 1987년부터다. 항산화 작용 효과가 입증돼 논문만 1000편 넘게 발표됐다. 빌리루빈의 항산화 효과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글루타치온의 100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한 회사는 없다. 물에 녹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빌릭스는 녹는 빌리루빈(페길화 빌리루빈)에 관한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빌리루빈이 염증 반응을 줄여주기 때문에 염증성 장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는 물론 이식장기의 생착률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기술을 개발한 전 교수, 하버드대 심장내과 의사인 피터 강 등이 기술자문위원으로 신약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며 “녹는 빌리루빈 합성에도 성공해 생산단가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고 했다.

항암제전달시스템(DDS)에 활용될 가능성도 열렸다. 분자 구조가 바뀐 녹는 빌리루빈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단단한 공 모양으로 뭉쳐진다. 여기에 항암제를 넣으면 타깃 부위까지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빌릭스를 바이오 드림팀으로 꾸렸다. 직원은 4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신약개발 업력은 71년에 이른다. 그는 “한국이 낳은 최대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며 “7~8년 안에 약이 개발되면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재단을 세워 신약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돕고 싶다”고 했다.

빌릭스는 올해 7월 엔젤투자자 등으로부터 25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11월 말 에스텍파마로부터 2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2023년 상장하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