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스관 사업 제재에 반드시 대응할 것"
러 외무 "美, 韓이나 日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종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뒤 이같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방안이 실현되면 우랄 지역 등 러시아 대부분 영토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또 지난 19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러시아 국경 근처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될 수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1987년 체결한 INF 조약은 미국이 올 8월 2일 러시아의 지속적 위반을 이유로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폐기됐다.

INF 조약은 양국이 사정거리 500~5천500km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고 해당 범주의 미사일을 추가로 개발·생산·배치하지 않기로 한 합의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러시아의 유럽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한 제재를 포함한 것과 관련해선 대응조치를 언급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반드시 제재에 대응하되, 우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할 것"이라며 "미국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 이를 반드시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나는 미국 상·하원의 많은 국회 의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며 "그들이 이런 결정을 한 것을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하원은 지난 11일 러시아의 가스관 건설 사업인 '노르트 스트림 2'와 '투르크 스트림' 사업에 참여한 기업에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노르트 스트림 2는 기존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과 달리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트해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연결하며, 투르크 스트림은 러시아 흑해 연안 아나파에서 흑해 해저를 통과해 터키·그리스 국경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 프로젝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상·하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노르트 스트림 2와 투르크 스트림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러시아 기업은 물론, 유럽 기업들도 제재를 받게 된다.

특히, 노르트 스트림 2에는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