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고압가스 업체들이 의료용 산소 등재 방식을 변경한 정부 방침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영세한 업체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은 데다 업체들의 사업포기로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회장 장세훈)는 23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의료용 고압가스 개별 등재’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의료용고압가스협회,  정부의 개별등재 방식에 대해 반발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의료용 산소 등의 등재 방식을 기존의 '전업소 등재'에서 '개별업소 등재'로 바꾸기로 했다.

2001년부터 고압가스 등의 등재 주체를 하나로 묶어 전 업소로 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전국 98개 고압가스 업체들이 개별 제품을 제약제품처럼 등재하고 등재한 품목은 다른 보험수가가 적용된다.보건당국이 산소와 아산화질소도 다른 의약품의 등재과정을 준용해 약제급여목록표 및 급여상한금액표에 업체별 등재(개별등재)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의료용가스 시장규모는 지난해 보험급여 청구액기준 327억원, 전체 의약품 급여청구액 17조8764억원의 0.18%로 적다. 의료용고압가스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카운트파트 역할을 하기 위해 올해 1월 설립됐다.

협회는 의료용 고압가스 개별등재의 반대근거로 의료용 고압가스와 일반 의약품들은 품질관리 방식 및 인력구성이 달라 관리를 위한 획일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반 의약품의 경우 제조사의 품질기준이 환자에게 투여되는 시점까지 온전히 유지되지만 의료용 고압가스는 제조사에서 병원에 공급한 이후 환자에게 제공되는 시점 사이에 액체에서 기체로 물리적 상변화가 이루어지는 만큼 개별등재를 통한 제조업소 식별이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의약품표준코드부여대상’에서 의료용 고압가스를 제외해온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2018년 의료용가스 GMP(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도입으로 이미 선진국 수준의 품질관리 체계 및 추적성이 확보됐으며 추가적인 규제로 작용해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GMP가 의무화됨에 따라 제조시설, 분석장치 등 막대한 설비투자와 각종 비용발생으로 이미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개별등재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2001년 이후 물가상승률 등 인상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는 의료용 고압가스의 보험수가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지난 19년간 물가상승은 물론 GMP 의무시행과 같은 규제조치로 추가비용 등 업체의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수가 인상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선 보험수가 금액부터 현실화 한 후 개별등재를 도입해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장세훈 회장은 “지난 6월 의료용 고압가스 등재방식을 전업소에서 개별업소로 전환한다는 방침이 나온 이후 수차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방문해 현장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으나 내년 1월부터 강행하겠다는 통보만 받았다”며 “많은 의료용 고압가스 제조업체들이 개별등재로 전환될 경우 맞이하게 될 과도한 부담으로 사업허가를 반납한 채 산업용 가스에만 치중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사업포기로 산소 없는 사각지대 병원 등이 발생한다면 이는 곧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에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등재방식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