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를 최근 뉴헤이븐의 예일대 캠퍼스에서 만났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오랜 기간 일하면서 월가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혀온 사람입니다. 2005년 부동산 시장 과열을 경고하는 등 한 때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함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혔습니다. 2007~2012년까지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홍콩에서 거주하며 중국 등 아시아를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1단계 무역합의는 불확실성 낮추는 중대한 휴전"이라면서도 “미·중 갈등의 핵심은 기술 패권”이라며 양국 갈등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내년 대선이 끝난 뒤 무역전쟁은 다시 심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로치는 금융 시장에 컴플레이선시(Complacency 자만, 안주하는 현상)가 만연하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Fed)의 지나친 완화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또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선 “전망이 아주 좋지는 않다”며 기존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성장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을 조언했습니다. 또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관련, “임금 상승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는 1시간 정도 이어졌고, 정리해보니 원고지 기준 40장 가까이 됐습니다. 하지만 신문(12월23일자 한국경제신문)에는 지면 사정으로 절반인 18장 밖에 나가질 못했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 싣습니다.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다른 것을 떠드는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트럼프는 무역 관련 결정도 대부분 국내 정치와 연관해서 내린다. 그가 무역합의를 한 것은 미 의회에서 탄핵과 관련돼 정치적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즉 탄핵과 관련해 지금 딜을 하는 게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 가장 좋다고 생각해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탄핵과 관련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고, 이번 딜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달려가서 뭔가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나는 이번 무역합의가 나쁜 거래라고 생각한다. 그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일으켜 얻으려 했던 목표는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게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실질적 효과보다 그저 그랬다는 인상을 얻기 위해 뛴다는 것을 다 알지 않는가."

▶그래도 금융시장은 이를 반기고 있다.

"1단계 합의는 양국 사이의 급격한 치고받기(Tit-For-Tat)식 관세 전쟁 측면에서 보면 중대한 휴전이다. 또 세계 경제뿐만 아니라 양국 모두에게 희소식이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성장 방정식에서 불안한 불확실성의 원천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1개월간 발생한 여러 사건들이 보여준 것과 같이, 이 갈등은 관세보다 훨씬 더 크다. 혁신 정책, 기술 리더십, 강제 기술 이전, 사이버 보안, 국가 주도 산업 정책에 대한 의견차는 양국 사이의 갈등의 폭기 깊이가 거대하는 걸 알려준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가 1단계 협정에 의해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국 사이엔 기본적으로 신뢰가 부족하다. 워싱턴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 시스템을 서구화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중국의 WTO 가입 프로토콜엔 시스템 변경 약속에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워싱턴의 인식은 무역전쟁으로 현실화됐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 격리 전략에 전념하고 있다고 점점 더 확신하고 있다.

이번 1단계 관세 휴전은 이런 양국간 적개심의 수위를 거의 낮추지 못한다. 그리고 미국 대선이 있는 2020년 이런 어려운 문제가 해결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중국은 지난 5월 합의를 철회했다. 이번에는 왜 합의한 것으로 보나.

"중국은 국내 정치 측면에서 미국과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해야한다는 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굴욕을 당하고 패배했다는 인상을 받으면 안된다.

지난 5월 협상이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지만 결국 실패했던 이유다.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등 합의 사항을 중국 국가인민회의에서 법률로 만들라고 주장했다. 또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 관세를 일방적으로 다시 높이는 매커니즘을 요구했다.

이는 중국이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 합의엔 그런 것들이 빠졌거나 모호해졌다."

▶중국은 그래도 여러 가지를 양보하지 않았나.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다년간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통화 조작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에 서명했다. 통화 조작은 사실 지금 이슈가 아니지만, 미국이 뭔가 성취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꺼리다.

중국은 또 국내적으로 기술 이전의 특정 부분을 다룬 새로운 외국인 투자법을 제정하려고 하고 있고, 강화된 지식재산권 보호 조치도 발표했다. 이런 내용들이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듯이 중국이 전체적 접근방법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중국과의 딜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과의 무역 합의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미국의 전체적인 무역적자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2개국과의 상품무역에서 적자를 봤다. 그건 미국의 적자가 중국 때문이 아닌 미국인의 저축 문제라는 걸 뜻한다.

정치인들은 무역 적자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생기기 때문에 중국이 미국 제품을 많이 사면 무역 적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국내 저축율율 높이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와 반대로 미국은 예산 적자를 확대해 저축율을 낮추고 무역 적자를 더 늘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압박하고 저축을 늘리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몫은 다른 나라로 옮겨갈 뿐이다. 사실 그건 미국에는 더 나쁘다. 다른 나라는 중국에 비해 더 고비용으로 생산하는 국가다. 미국인은 같은 상품을 사는 데 더 많은 돈을 내야한다. 1단계 무역 합의는 그런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정치도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다들 알고 있다."

▶미중 양국의 미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미중 갈등은 결국 기술 패권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하는 건 중국이 내부 기술 혁신을 본격화하면서 미국의 기술 패권에 위협이 되는 엄청난 발전을 이뤄내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미국은 매우 적은 증거에 기반해 중국이 기술 절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의 사례는 이런 미국의 접근 방식을 대변한다. 중국은 화웨이가 통신장비 백도어에 스파이 장치를 넣었다면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화웨이와 그 공급망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물적 증거가 없다.

문제의 근원은 미국은 5G를 지원할 국내 기술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대한 신기술에서 자신의 존재 부족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가?

화웨이 사례를 얘기한 건 이데올로기로 유발된 두려움이 사실과 증거보다 우선시될 때 일어나는 일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술과 혁신을 하려면 스스로 일궈야한다."

▶중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부채 위기 가능성이 지적되는데.

"중국 경제 둔화의 주요 원인은 무역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된 이유는 부채 감축을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분기별 데이터를 보면 레버리지를 낮추는 데 조금씩 진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여전히 ??너무 높다. 그동안 너무 많이 올라갔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국영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기업 영역에서 급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년간 이런 상황을 끝내야한다는 신호를 보냈고, 진전이 나타나고 있지만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중국이 일본 스타일의 부채 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미 정부가 부채 감축을 위해 공개적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무역갈등이나 부채 감축 때문에 경제가 경착륙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년 대선 이후 무역갈등이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미국 내부에서 생길 일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다. 1단계 무역합의에 관계없이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어질 것이다. 현재 저축률(조정)이 국민 소득의 약 2.5 %인데, 이는 20세기 마지막 30년간 평균 6%에 크게 못미친다.

게다가 막대한 예산 적자는 저축률을 더 낮춰 경상수지 적자를 더 압박할 것이다. 미국의 무역수지 불균형은 항상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천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해결히겠다며 이번엔 유럽을 겨냥할 것이다. 프랑스의 명품에 관세를 매길 것이고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어디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건 무역적자 딜레마를 단기에 해결하려는 전형적인 잘못된 접근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할 수 있으며, 그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그것은 미국 경제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트럼프는 무역 모델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때, 중국이 관세를 지불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수입업체가 지불하는 것이다. 물론 수입업자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향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되면 그렇게 자랑하는 관세 수입도 줄어들게된다."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

"아무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이렇게 낮게 유지된다면 통화 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일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가 무역협상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이렇게 느리게 성장할 때는 침체로 빠지는 데 많은 충격이 필요하지 않다. 자산 시장의 급격한 매도, 또 다른 신용 위기 등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금융 사고의 위험은 실물 경제의 사고보다 높다. 무역 문제는 큰 걱정꺼리다.

하지만 지금은 질서가 잡혀있다. 지금은 뭔가 커다란 사건이 터져 세계로 급속히 번지지 않는 한 불황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 경제의 문제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3%로 낮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유럽은 특히 독일에서 약하고, 일본은 여전히 좋지 않고, 한국도 미중 무역갈등으로 무역 관련 압력을 받고 있다. 멕시코는 경기 침체에 다시 들어갔다. 세계 경제에는 부활을 위한 원동력이 별달리 없는 상태다."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감세는 잘못된 시점에 취한 잘못된 정책이다. 경제가 강하고 완전한 고용으로 나아가는 경우 감세는 필요없다. 경제가 약하고 재정 부양책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탄약을 아껴뒀어야한다.
앞으로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부양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졌다. 추가 감세는 불가능하고, 막대한 예산적자를 감안할 때 부양책도 쉽지 않다."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8년간 지속된다면 세계 시스템은 바뀔까?

"세계 시스템과 정책 구조는 놀랍도록 생존력이 강하다. 미 행정부의 고립주의에도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는 상당히 지속될 수 있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지금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많은 긴장과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이 고립정책을 지속할 경우 글로벌 시스템 속에서 실질적 공백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러면 불행히도 누군가 그 공백을 채우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대외 정책 이니셔티브를 취해왔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새로운 BRICS 은행, 실크로드 기금 등을 통해 자체 금융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예상하나?

"민주당 후보가 누가될 지에 따라 달려 있다고 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가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쨌든 바이든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 의원 등 정치적 스펙트럼의 왼쪽 끝에 있는 대안보다는 트럼프의 상대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Fed가 올해 금리를 다시 인하했으며 다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고 있다. Fed의 통화 정책에 대해 평가해달라.

"조금 걱정스럽다.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유지하고 자산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데, 이건 인플레이션이 소멸됐고 통화정책을 통한 부양책이 효과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이다.

만약 이게 거품을 불러일으킨다면 금융위기 이후에 Fed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 Fed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는 지금 당장 Fed가 하는 일과 비슷했다. 우리는 2007~2008년에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 사고를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Fed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절제해서 금융 사고를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했던 1970년대에 Fed에서 일했다. 지금은 인플레가 매우 낮다. 그건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값 싼 물건이 공급된 게 배경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게 무역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는 갑작스런 인플레이션의 부활에 놀라게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 세계에 퍼져 있고 마이너스 금리, 경제 회복을위한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나?

"Fed는 마이너스 금리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화폐이론(MMT)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MMT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MMT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Fed에게 원래 주어진 사명과 완전히 다른 일이다. 우리는 우리는 그에 따른 모든 결과를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방안에 있는 코끼리(위기요인)은 무엇인가?

"내년에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없다. 내후년에는 몰라도. 물론 위기 가능성은 상존한다. 지금처럼 시장에 컴플레이선시가 만연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나는 코끼리가 무역 정책이든 기업 부채, 미국의 과대평가된 주식과 벤처캐피탈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 시장에서 컴플레이선시(안주하는 현상)가 있다고 보나?

"전적으로 그렇다. 주식, 채권 등 곳곳에 컴플레이선시가 있다. 사모 시장은 더욱 그렇다. 사모로 자본을 쉽게 모을 수 있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면서 유니콘들은 상장을 늦추거나 연기해왔다. 이런 컴플레이선시의 근원은 결국 낮은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아주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시장 전반의 안주를 위한 근본 배경이다."

▶위기가 온다면 미국은 어떤 정책을 취할 수 있나?

"몇 년 동안 해답을 찾아온 질문이다. 우리의 손은 묶여있다.

나는 Fed가 옳은 일을했다고 믿는 사람이다. 금융 위기에 빠졌을 때 제로 금리 정책을 썼다. 그것은 긴급 조치였다. 그리고 비상 사태가 끝나고 나면 Fed가 기준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해 훨씬 더 빨리 움직여야했다.

벤 버냉키는 몇년 전 테이퍼링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시장은 급격히 흔들렸고 버냉키는 마음을 바꿨다.

나는 중앙은행이 단기 시장 움직임에 집중하기보다는 좀 더 흔들림없이 움직여야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데 실패하면서 우리는 지금 다음 위기나 침체에 대비해서 쓸 수 있는 탄약이 없어진 상태다. 또 금융시장엔 다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컴플레이선시가 만연되어 있다."

▶아시아 전문가로서, 한국 경제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확실히 중국 경제 둔화의 영향을 느끼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많은 외부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망은 괜찮지만 아주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R&D에 집중해서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지금까지의 전략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년에는 세계 무역에 더 이상의 다운사이드 위험이 제한됐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

▶한국은 빠른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고통 받고 있으며, 성장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취해야한다고 생각하나?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서 독일, 중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노동력이 줄어드는 경제의 해답은 어디에서나 같다. 여성의 참여나 이민을 통해 노동력을 늘리는 것, 그리고 규제를 완화해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할 수 있게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R&D와 기술에 투자해 생산성을 높여 기존 인력으로부터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란 성장을 펴고 있다. 노동 시간을 규제하고 최저임금을 매년 15% 씩 올리고 있다.

"임금 상승이 생산성 증가와 함께 가지 않으면 이는 경제에 비효율성을 초래해 궁극적으로 매우 비싼 비용을 치를 것이다. 임금의 상승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종류의 정책은 공허한 것이다."

▶당신은 홍콩에 오랫동안 살았다. 홍콩사태로 인해 세계 금융센터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보나?

"앞으로도 30년간 일국양제가 유지되기로 합의가 되어 있으며, 그것이 변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나는 홍콩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홍콩 사태의 확산은 매우 혼란스럽고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홍콩은 매우 특별한 도시다."

▶싱가포르가 홍콩을 대체할 수 있나.

"나는 11월 말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그런 얘기가 있지만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홍콩이 이처럼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국은 세계 금융 센터로서의 미래는 정말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에는 서울을 포함해 홍콩에 대한 매력적 대안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

▶홍콩이 어려워지면 중국에도 영향을 줄까?

"아니다. 홍콩이 중국에 비하면 매우 작다.

중국 경제가 영향을 받는 경우는 그건 중국이 실수를 범했을 때일 것이다. 중국은 일부 군병력을 홍콩에 파견했다. 만약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그건 홍콩인들에게 비극일 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커다른 비극이 될 것이다."

▶브렉시트(Brexit)가 내년 초 이뤄질 전망이다. 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세계 금융시장은 브렉시트에 대해 충분히 대비해왔고 그에 대해 편안한 상태다. 별 영향은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브렉시트의 영향은 영국 경제에서 나타날 것이다. 외부 수요 감소로 인해 매우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고, 대룩의 독일과 프랑스도 그보다는 적지만 부정적 영향을 느끼게될 수 있다.“
뉴헤이븐=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