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뒷맛] 뱅쇼 맛 100배 더해줄 '크리스마스 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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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끝나가는 때이자 동지가 낀 12월은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시기이다.
오색 찬란한 성탄 트리와 각종 장식, 루돌프의 빨간 코가 없었다면 줄어든 일조량이 주는 우울감과 추위가 한층 견디기 힘들었을 터.
그래서 이 시기엔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동짓날 먹는 팥죽이 있다면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 겨울이 더욱더 어둡고 긴 서구에는 하루가 아니라 한 달 내내 곶감 빼먹듯 조금씩 음미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기원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슈톨렌(stollen)이다.
슈톨렌은 하얗다.
그리고 한입 입에 넣는 순간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달다.
그도 그럴 것이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슈톨렌 덩어리는 식힌 뒤 녹인 버터에 풍덩 빠트리거나 버터 물을 흠뻑 머금은 솔질을 한다.
그렇게 눅진한 버터 코팅을 입힌 빵을 슈가 파우더 위에서 데굴데굴 굴리거나 아낌없이 가루를 뿌려준다.
안 달고 배길 수가 없지 않겠나.
새하얗게 슈가 파우더를 뒤집어쓴 모습은 겨울의 상징인 눈을 연상시킨다.
아기 예수가 강보에 싸여 있는 모습을 본떴다는 설도 있다.
'쨍'할 정도로 강한 단맛은 요즘 세상에서 건강한 맛으로 취급받지는 못하지만, 준비 단계부터 정성이 꽤 필요한 슬로우 푸드임엔 틀림없다.
빵의 주재료는 투박한 독일식 케이크답게 밀가루, 이스트, 우유로 특별할 것 없지만 럼이나 브랜디에 오래 절인 건포도, 시럽으로 코팅한 레몬 또는 오렌지 껍질 등 반죽에 콕콕 박혀 특별한 맛과 식감을 내는 속 재료에 손이 많이 가는 편.
아몬드나 밤 같은 견과류도 단골 속 재료고 식용 양귀비 씨앗 같은 이색 재료도 종종 들어간다.
충분한 양의 속 재료를 '마지판'이라고 하는 반죽과 섞어 굽는 덕에 투박한 외형과 달리 다채로운 맛을 낸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첫맛이야 물론 강한 단맛이다.
빵 겉면의 미세한 슈가 파우더가 침에 녹으면서 즉각적으로 달디 단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곧 속 재료인 건포도와 시트러스 계열 과일이 주는 상큼한 맛과 향이 뒤쫓아온다.
생강과에 속하는 카르다몸, 계피 같은 향신료의 활약으로 맛은 한층 복잡다단해진다.
전체적인 식감은 폭신폭신한 케이크라기보다는 묵직한 빵에 가깝다.
견과류, 절인 과일 껍질이 주는 오도독한 식감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무거운 질감을 보완해준다.
슈톨렌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긴긴 겨울 내내 오래 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먹는다는 데 있다.
타원형의 케이크 가운데를 잘라 한두조각 썰어 먹은 뒤 단면을 마주 보게 하여 다시 잘 싸놓으면 설탕으로 코팅된 표면이 마르거나 굳을 일 없이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오히려 만든 직후보다 숙성을 거친 슈톨렌이 더 풍미가 깊고 맛있다.
드레스덴의 전통 슈톨렌 판매점들의 소개에 따르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주에서 길게는 16주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12월이 다가오면 일찌감치 이웃이나 친지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11월부터 서구 도시 곳곳에 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절찬리에 판매한다.
선물 받거나 구매한, 또는 직접 구운 슈톨렌을 거실 테이블이나 식탁 위에 두고 조금씩 잘라먹으며 겨울을 견디고 성탄을 기다린다.
12월에 슈톨렌 먹는 풍경은 독일을 넘어서 영미권이나 다른 유럽 나라로도 퍼져나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 다른 나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면 장작 모양을 본떠 구운 프랑스의 부슈드노엘이나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 12월에 즐기는 특별한 케이크로 슈톨렌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동치미, 곶감 등 오래 두고 조금씩 먹으면서 겨울을 보내는 정서가 조금은 닮아있기 때문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아직은 시중 제과점 어디서나 슈톨렌을 구할 수는 없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특별 메뉴 등으로 구워 파는 빵집이나 카페가 최근 늘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슈톨렌만으로 겨울을 나기 2% 부족하다면 곁들일 음료에 뱅쇼가 있다.
슈톨렌 속 견과류와 과일의 맛과도 잘 어울리는 대표적 겨울 음료.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은 같지만, 프랑스어로는 뱅쇼, 독일어로는 글루바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꽤 대중화되어 겨울이면 카페나 술집에서 특별 메뉴로 곧잘 등장한다.
집에서 끓여 마시기도 쉽다.
꼭 넣어야 하는 재료가 있다기보단 냉장고 사정이나 개인 취향에 맞게 와인에 향을 낼 재료를 적당히 넣으면 된다.
병 와인으로 만들긴 아까우니 팩에 든 값싼 붉은 포도주나 마시고 남은 와인을 냄비에 붓고 잘 씻은 오렌지·귤·레몬·사과 등 과일을 큼직하게 잘라 껍질째 넣는다.
향신료, 꿀(없으면 설탕)을 추가해 끓인 뒤 불을 끄고 5분 정도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향과 맛을 우린다.
뜨거울 때 마시면 더 좋다.
뱅쇼에 독특한 풍미를 주는 향신료로는 보통 통계피, 정향(클로브), 육두구(넛맥), 팔각(스타아니스)을 많이 넣는데 계피 정도를 제외하곤 한국 가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료는 아닌 만큼 계피만 넣어줘도 무난하다.
와인을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일부 날아가지만 전부 증발하는 것은 아니어서 도수가 5도가량만 낮아진다.
마신 뒤 운전은 금물이라는 얘기.
유럽에선 성탄 전(前)주까지 도심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 한 잔을 사 들고 온기와 취기에 의지해 겨울밤을 즐기기 좋다.
뱅쇼로도 이겨내기 힘든 혹한이 잦은 한국에선 집 안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 끓여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연합뉴스
오색 찬란한 성탄 트리와 각종 장식, 루돌프의 빨간 코가 없었다면 줄어든 일조량이 주는 우울감과 추위가 한층 견디기 힘들었을 터.
그래서 이 시기엔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동짓날 먹는 팥죽이 있다면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아 겨울이 더욱더 어둡고 긴 서구에는 하루가 아니라 한 달 내내 곶감 빼먹듯 조금씩 음미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서 기원한 크리스마스 케이크 슈톨렌(stollen)이다.
슈톨렌은 하얗다.
그리고 한입 입에 넣는 순간 머리가 울릴 정도로 달다.
그도 그럴 것이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슈톨렌 덩어리는 식힌 뒤 녹인 버터에 풍덩 빠트리거나 버터 물을 흠뻑 머금은 솔질을 한다.
그렇게 눅진한 버터 코팅을 입힌 빵을 슈가 파우더 위에서 데굴데굴 굴리거나 아낌없이 가루를 뿌려준다.
안 달고 배길 수가 없지 않겠나.
새하얗게 슈가 파우더를 뒤집어쓴 모습은 겨울의 상징인 눈을 연상시킨다.
아기 예수가 강보에 싸여 있는 모습을 본떴다는 설도 있다.
'쨍'할 정도로 강한 단맛은 요즘 세상에서 건강한 맛으로 취급받지는 못하지만, 준비 단계부터 정성이 꽤 필요한 슬로우 푸드임엔 틀림없다.
빵의 주재료는 투박한 독일식 케이크답게 밀가루, 이스트, 우유로 특별할 것 없지만 럼이나 브랜디에 오래 절인 건포도, 시럽으로 코팅한 레몬 또는 오렌지 껍질 등 반죽에 콕콕 박혀 특별한 맛과 식감을 내는 속 재료에 손이 많이 가는 편.
아몬드나 밤 같은 견과류도 단골 속 재료고 식용 양귀비 씨앗 같은 이색 재료도 종종 들어간다.
충분한 양의 속 재료를 '마지판'이라고 하는 반죽과 섞어 굽는 덕에 투박한 외형과 달리 다채로운 맛을 낸다.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첫맛이야 물론 강한 단맛이다.
빵 겉면의 미세한 슈가 파우더가 침에 녹으면서 즉각적으로 달디 단맛이 느껴진다.
그러나 곧 속 재료인 건포도와 시트러스 계열 과일이 주는 상큼한 맛과 향이 뒤쫓아온다.
생강과에 속하는 카르다몸, 계피 같은 향신료의 활약으로 맛은 한층 복잡다단해진다.
전체적인 식감은 폭신폭신한 케이크라기보다는 묵직한 빵에 가깝다.
견과류, 절인 과일 껍질이 주는 오도독한 식감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무거운 질감을 보완해준다.
슈톨렌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긴긴 겨울 내내 오래 두고 조금씩 야금야금 먹는다는 데 있다.
타원형의 케이크 가운데를 잘라 한두조각 썰어 먹은 뒤 단면을 마주 보게 하여 다시 잘 싸놓으면 설탕으로 코팅된 표면이 마르거나 굳을 일 없이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오히려 만든 직후보다 숙성을 거친 슈톨렌이 더 풍미가 깊고 맛있다.
드레스덴의 전통 슈톨렌 판매점들의 소개에 따르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주에서 길게는 16주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12월이 다가오면 일찌감치 이웃이나 친지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11월부터 서구 도시 곳곳에 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절찬리에 판매한다.
선물 받거나 구매한, 또는 직접 구운 슈톨렌을 거실 테이블이나 식탁 위에 두고 조금씩 잘라먹으며 겨울을 견디고 성탄을 기다린다.
12월에 슈톨렌 먹는 풍경은 독일을 넘어서 영미권이나 다른 유럽 나라로도 퍼져나갔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 다른 나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면 장작 모양을 본떠 구운 프랑스의 부슈드노엘이나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최근 한국에서 12월에 즐기는 특별한 케이크로 슈톨렌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동치미, 곶감 등 오래 두고 조금씩 먹으면서 겨울을 보내는 정서가 조금은 닮아있기 때문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아직은 시중 제과점 어디서나 슈톨렌을 구할 수는 없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특별 메뉴 등으로 구워 파는 빵집이나 카페가 최근 늘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슈톨렌만으로 겨울을 나기 2% 부족하다면 곁들일 음료에 뱅쇼가 있다.
슈톨렌 속 견과류와 과일의 맛과도 잘 어울리는 대표적 겨울 음료.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은 같지만, 프랑스어로는 뱅쇼, 독일어로는 글루바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꽤 대중화되어 겨울이면 카페나 술집에서 특별 메뉴로 곧잘 등장한다.
집에서 끓여 마시기도 쉽다.
꼭 넣어야 하는 재료가 있다기보단 냉장고 사정이나 개인 취향에 맞게 와인에 향을 낼 재료를 적당히 넣으면 된다.
병 와인으로 만들긴 아까우니 팩에 든 값싼 붉은 포도주나 마시고 남은 와인을 냄비에 붓고 잘 씻은 오렌지·귤·레몬·사과 등 과일을 큼직하게 잘라 껍질째 넣는다.
향신료, 꿀(없으면 설탕)을 추가해 끓인 뒤 불을 끄고 5분 정도 뚜껑을 덮은 상태에서 향과 맛을 우린다.
뜨거울 때 마시면 더 좋다.
뱅쇼에 독특한 풍미를 주는 향신료로는 보통 통계피, 정향(클로브), 육두구(넛맥), 팔각(스타아니스)을 많이 넣는데 계피 정도를 제외하곤 한국 가정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재료는 아닌 만큼 계피만 넣어줘도 무난하다.
와인을 끓이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일부 날아가지만 전부 증발하는 것은 아니어서 도수가 5도가량만 낮아진다.
마신 뒤 운전은 금물이라는 얘기.
유럽에선 성탄 전(前)주까지 도심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뱅쇼 한 잔을 사 들고 온기와 취기에 의지해 겨울밤을 즐기기 좋다.
뱅쇼로도 이겨내기 힘든 혹한이 잦은 한국에선 집 안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 끓여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