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사설경호업체 근무하고 사격 취미…아랍인들과 통화"

러시아 모스크바의 연방보안국(FSB) 청사 주변에서 총격을 벌인 범인은 최근까지 사설경호업체에서 일해온 모스크바 인근 지역 출신의 3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그가 범행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사용하는 구호를 외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현지 REN TV 방송과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 등에 따르면 전날 모스크바 시내 '볼샤야 루뱐카' 거리의 FSB 청사 인근에서 총격을 벌이다 사살된 범인은 모스크바 외곽 모스크바주(州) 출신의 39세 남성 예브게니 마뉴로프로 확인됐다.

마뉴로프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사설 경호회사에서 일했으나 수개월 전 그만둔 것으로 파악됐다.

"러 '연방보안국' 총격 범인은 모스크바 인근 거주 30대 남성"
그의 어머니는 언론에 "아들이 동시에 몇군데 사설 경호회사들에서 일하다 몇 달 전 모두 그만뒀다"면서 "그가 어떤 아랍인들과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최근 3~4년 동안 취미로 사격에 빠져 있었다며 결혼도 하지 않고 가까운 친구도 없이 사격만 하러 다녔다고 전했다.

사건 조사팀 관계자는 마뉴로프가 자택 주소로 7종류의 무기를 공식 등록해 뒀다면서 자택 수색 과정에서 총탄이 들어있는 2개의 자동소총 탄창과 다수의 총탄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현지 일간 '코메르산트'는 사법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범인이 총격 당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소속원들이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들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이러한 보도를 종합할 때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빠져 과격 이슬람 조직들을 포함한 테러단체와의 '전쟁'을 벌이는 보안 기관을 상대로 테러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앞서 19일 저녁 모스크바 시내 FSB 청사 인근에서 한 괴한이 칼라슈니코프(AK) 소총으로 총격을 벌여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연방수사위원회는 "범인이 FSB 청사 근처에서 사법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총격을 가했다"면서 "그 결과 FSB 직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양한 수준의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5명 가운데 1명은 민간인이며 나머지는 사법기관 관계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수사위원회는 덧붙였다.

이날 총격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시내 '세계무역센터'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동시에 최고 정보기관 FSB, 해외 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대외정보국(SVR), 주요 시설 및 요인 경호를 담당하는 연방경호국(FSO) 등 국가 보안기관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보안기관 근무자의 날'(20일)을 하루 앞두고 일어났다.

로이터 통신은 FSB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총격 사건이 푸틴 대통령의 보안기관 근무자의 날 연설에 맞춰 기획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총격 사건이 벌어진 날 저녁 보안기관 근무자의 날을 맞아 크렘린궁에서 열린 연주회에 참석해 연설하며 보안기관 요원들의 철저한 임무 수행으로 올해 54건의 테러성 범죄를 사전 차단할 수 있었다고 치하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FSB 청사와 크렘린궁은 직선거리로 약 2km 정도에 불과하다.

"러 '연방보안국' 총격 범인은 모스크바 인근 거주 30대 남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