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패널, 30일부터 활동…한국 측 패널에 이재민 교수
한-EU FTA 위반 결론시 '노동권 후진국' 낙인 우려
한국 'ILO 핵심협약 비준' 의무 위반 따질 韓-EU 패널 구성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이 노동자 단결권 보장을 포함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따질 전문가 패널이 구성됐다.

전문가 패널이 한국의 FTA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릴 경우 한국은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EU 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제13장)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한국이 이행하고 있는지 판단할 전문가 패널이 최근 구성을 마치고 이달 30일 활동에 들어간다.

전문가 패널은 당사국인 한국과 EU 측 각각 1명과 제3국 국적 의장 등 3명으로 구성된다.

한국 측 패널에는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선정됐다.

국제법 전공인 이 교수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같은 통상 문제에 관해 전문가적 견해를 제시해왔다.

EU 측 패널에는 로랑 브와송 드 샤주네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가 선정됐고 의장은 한국과 EU 양측 협의를 거쳐 토머스 피넌스키 미국 변호사로 정해졌다.

전문가 패널은 구성된 지 90일 안으로 권고 사항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국내 노사 단체 등은 내년 1월 10일까지 전문가 패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전문가 패널 보고서가 채택되면 한국과 EU의 정부간 협의체인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위원회'는 권고 사항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게 된다.

노동부는 "정부는 한-EU FTA 제13장에 규정된 바에 따라 우리가 ILO 기본권 선언의 정신을 국내법 체계에 반영해 𐄁증진해왔다는 점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을 (전문가 패널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ILO 핵심협약 비준' 의무 위반 따질 韓-EU 패널 구성
한국은 1991년 ILO 정식 회원국이 됐지만, ILO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제98호와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제29호, 제105호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EU는 지난해 12월 한국이 한-EU FTA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 첫 단계인 정부간 협의를 요청했다.

정부간 협의 과정에서 정부는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사회적 대화를 통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EU 측에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간 협의는 올해 3월 성과 없이 끝났고 EU는 7월 다음 절차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전문가 패널이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며 FTA 위반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한국은 세계 최초로 FTA 노동 관련 조항을 위반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EU가 이를 빌미로 무역 분야에서 한국을 상대로 다양한 불이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이하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7월 출범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했으나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공익위원 권고안을 냈다.

정부는 지난 5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가운데 제87호, 제98호, 제29호 등 3개 협약의 비준 절차에 착수할 방침을 밝히고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노사관계 개선위 공익위원 권고안을 토대로 만든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ILO 핵심협약 비준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어서 비준안과 법안의 국회 통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으로 제21대 국회가 구성되면 상황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