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을 땅에 딛고 걸었던 직립원인(直立猿人) 호모 에렉투스가 25만 년 전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불과 10만년 전까지 살았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인류학 교수 러셀 시오촌과 연구팀은 18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자바섬 마지막 호모 에렉투스, 11만 7천년∼10만 8천년 전'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그동안 호모 에렉투스는 약 2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생겨나 25만 년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오촌 교수 연구팀은 1931∼1933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중부 솔로강 유역의 응간동(Ngandong)에서 발견된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과 다리뼈 등 유골의 나이를 분석했다.
앞서 여러 연구팀이 유골의 연대를 측정하려고 시도했으나, 주변 지질 상황이 복잡해 정확한 연대를 알아내기 어려웠다.
시오촌 교수 연구팀은 유골이 발견된 지점의 퇴적물을 새로 분석하고 동물 뼈 화석 등을 활용해 연대측정법을 적용한 결과 호모 에렉투스 유골이 11만 7천년∼10만 8천년 이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시오촌 교수는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밝혀낸 것보다 더 정확한 연대를 추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는 50만년 전, 중국에서는 40만년 전에 사라졌지만,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는 10만년 전까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시오촌 교수는 "자바섬의 초원지대가 열대우림으로 변하면서 호모 에렉투스가 적응하지 못해 사라진 것으로 믿는다"며 "이후 호모 사피엔스가 3만9천년 전 자바섬에 출현할 때까지 다른 인류의 활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모 사피엔스는 열대우림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호미닌(분류학상 인간의 조상으로 분류되는 종족)"이라며 "도구를 만드는 능력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