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시신 사건'에 국민 경악…피의자 돌려보낸 경찰에 여론 뭇매
무기징역 선고받고도 뻔뻔한 행태…"전문기관 통한 종합적 분석 필요"

2019년 발생한 강력범죄 중 범행이 밝혀진 경위부터 피의자의 태도까지 세간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은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일 것이다.

토막 난 시신이 차례로 한강에 떠오른 소식을 접하고 공포에 떨었던 시민들은 범행을 저지른 장대호(39)가 경찰 조사과정이나 법정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 데 대해 또다시 분노했다.

장대호 사건은 자수하러 온 그를 경찰이 "다른 경찰서로 가보라"며 돌려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런 황당한 '자수 사건'에 경찰은 근무체계를 보완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관계기관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해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짜겠다고 공언했다.

[2019 사건 그후] ② 잔혹 범행에도 반성 없어…공분 산 살인마 장대호
◇ 자수하러 온 장대호 돌려보낸 경찰…여론 뭇매에 대책 수립
'한강 몸통시신 사건'은 올해 8월 12일 오전 9시 15분께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남단 부근에서 표류 중인 남성의 몸통 시신이 발견되면서 밝혀졌다.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장대호는 2017년 8월부터 약 2년간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일하던 종업원이었으며, 시신으로 발견된 피해자는 이 모텔을 방문한 손님 A(32·남)씨였다.

8월 8일 오전 6시께 장대호는 모텔에 들어와 자신에게 반말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숙박비 4만원을 나중에 주겠다고 한 A씨에게 화가 나 살인을 결심하고, 약 2시간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범행을 실행했다.

장대호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얼굴, 몸, 팔, 다리 등으로 토막 낸 뒤 8월 11일 새벽 여러 차례에 걸쳐 전기자전거를 타고 가 한강에 내다 버렸다.

장대호의 예상과 달리 시신은 바로 다음 날 물에 떠올라 발견됐으며, 이어서 발견된 팔 시신에서 신원도 확인돼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장대호는 8월 17일 자수했다.

자수 과정에서 장대호는 서울경찰청을 찾았다가 "인근 종로경찰서로 가라"는 황당한 경찰의 대응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부실 대응 사실이 알려져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부랴부랴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은 당직자가 혼자서 민원을 처리할 수 없도록 하고, 중간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도록 '당직 근무 철저 지시'를 현장에 당부했다.

또 한강 몸통시신 사건 등 강력범죄가 잇따른 데 대해 지자체나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늘려 사회안전망을 보다 촘촘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수하러 왔던 장대호가 마음을 바꿔 도피를 시도했다면 사실상 중요 범인을 경찰이 눈앞에서 놓친 꼴이어서, 경찰 개인의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9 사건 그후] ② 잔혹 범행에도 반성 없어…공분 산 살인마 장대호
◇ 피해자 모욕하고 유족에 미소…법원 "인간 존중 한계 넘었다"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장대호는 11월 15일 1심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변호인은 장대호의 자수에 대한 감경을 고려해달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장대호의 범행 이후 태도와 언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전국진 부장판사)는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최소한의 후회나 죄책감도 없이 자신의 정당함만을 주장하고 있는 피고인은 이미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한계를 벗어났다"고 밝혔다.

장대호는 경찰 조사 단계부터 재판정에서까지 피해자와 유족을 향한 막말을 쏟아냈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이번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나쁜 놈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며 "아무리 생각해도 상대방이 죽을 짓을 했기 때문에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유족에게도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했으며, 피해자를 향해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또 죽는다"고 하기도 했다.

법정에서도 장대호는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는 대신 선고 결과를 듣는 내내 고개를 뻣뻣이 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런 태도에 대해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유족에게 보이는 태도도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하면 더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자신은 보통의 '잡범'이 아니라 희대의 살인마인 유영철이나 강호순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과시하고 싶어하는 심리"라고 덧붙였다.

◇ 제2의 장대호 막을 수 있을까…내년 1월 항소심 재판 열려
장대호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날 자신의 휴대전화, 태블릿PC, 소형카메라, 카메라부착용 작업조끼 등 압수품 10여점을 돌려달라며 '압수물 가환부'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장대호가 소지품을 돌려받더라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이를 기각했다.

장대호가 교도소에 있는 한 어차피 영치해둬야 하는 휴대전화나 소형카메라 등을 돌려달라고 한 사실로 미뤄 범행 동기를 좀 더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건에서 함께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장대호가 직접 촬영한 자신의 성관계 영상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살인사건 피의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장대호다 보니 제2의 '한강 몸통시신 사건'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실제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했는지와 무관하게 장대호의 발언을 통해서만 피해자의 언행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듯한 의견이 다수 게시되기도 했다.

'일베'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네이버 '지식인'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다수 작성하기도 했던 장대호에 대한 진단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일베 현상'을 연구했던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오프라인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전문기관을 통한 종합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다만 장대호가 언론에서 보여준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들이 일베와 같은 사이트에서 공유되는 정서와는 비슷하게 보이는 면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 오히려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지지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장대호와 그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모두 항소한 상태다.

내년 1월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