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요원 공조에 초점…백두산 폭발 등 볼거리 올겨울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영화 '백두산'이 개봉 하루 전인 1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할리우드 전유물로 여겨졌던 화산 폭발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이병헌·하정우·마동석 등 톱스타들의 만남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작품. 투입된 순제작비만 260억원에 달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총 2천600만명을 동원한 덱스터 스튜디오의 신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남북한 현실에 맞게 이야기를 변주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화려한 스펙터클은 물론 부성애와 액션, 유머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연말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
영화는 백두산 1차 폭발 영향으로 서울 도심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총 네 차례 폭발이 예고된 상황에서 마지막 폭발이 발생하면 한반도 절반 이상이 폐허가 될 판이다.
정부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예측한 강봉래 교수(마동석 분) 조언에 따라 마지막 폭발을 막기 위해 비밀 작전에 돌입한다.
북한에 있는 핵 기폭제를 백두산 내부의 마그마방에 터뜨려 압력을 낮추겠다는 구상.
이에 전역을 앞둔 폭발물처리반(EOD) 조인창(하정우) 대위를 북한으로 긴급 투입한다.
그가 맡은 임무는 북한 무력부 소속 리준평(이병헌)과 접촉해 핵의 소재를 알아낸 뒤 기폭장치를 백두산까지 옮기는 것. 리준평은 남한의 이중 첩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북한 지하감옥에 수감된 상태다.
영화는 각자 다른 목적을 가진 두 남자가 우여곡절 끝에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신과함께' 시리즈 등으로 수준 높은 시각 특수효과(VFX) 기술을 선보인 덱스터는 이번에도 VFX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시사회를 이례적으로 개봉 전날 연 것도 마지막 한 컷까지 신경을 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백두산 화산 폭발 장면과 쑥대밭으로 변한 도시 모습을 제법 그럴듯하게 구현했다.
익숙한 서울 거리의 건물들은 순식간에 도미노처럼 붕괴하고, 댐도 무너져 한강 다리 위로 물이 들이닥친다.
'신과함께' 시리즈가 사후세계의 지옥을 그렸다면, '백두산'은 현실판 지옥을 보여준다.
백두산 폭발이 여러 연구 등을 통해 '실제로 가능한 과학적 현실'이라는 점이 입증된 탓에 영화는 그저 영화적 상상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정세를 반영해 현실감을 높인 것도 일조했다.
'백두산'은 재난 영화지만 '공작' '강철비'처럼 남북 요원 간 공조와 우정에 초점을 맞춘다.
만삭의 아내를 두고 얼떨결에 비밀작전에 투입된 조인창, 지하감옥에 갇혀있던 리준평은 첫 만남부터 삐걱대지만 '아이 아빠'라는 공통점으로 남다른 '케미'(화학적 궁합)를 보여준다.
한층 힘을 뺀 하정우와 말투,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이병헌의 연기 궁합도 좋은 편이다.
특히 이병헌은 명불허전이다.
첫 등장부터 관객을 놀라게 하더니 액션은 물론 유머, 섬세한 감정 연기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이야기 개연성을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핵 기폭제를 싣고 북한 지역을 돌아다니는데도 북한과 미국의 대응은 허술하기만 하다.
촉박한 후반 작업 탓인지 중간에 편집이 툭툭 튀기도 한다.
일부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CG)은 이물감이 느껴질 정도로 티가 난다.
신파를 강조한 진부한 설정이나 감정을 짜내는 과도한 사운드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장점이 소소한 단점들을 덮기에 오락 영화로서 제 몫을 충분히 해낸다.
'천하장사 마돈나' '김씨 표류기' 등을 연출한 이해준 감독과 'PMC:더 벙커'를 촬영한 김병서 감독이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