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배우·무대 바꾸고 돌아온 뮤지컬 '쓰릴미'
미국에서 벌어진 전대미문 유괴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뮤지컬 '쓰릴 미'가 10주년 공연 이후 2년 만에 연출, 배우, 무대를 바꾸고 귀환했다.

극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나'와 니체의 초인론에 빠진 '그'가 1년 만에 재회해 방화, 절도에 이어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이야기를 다룬다.

18일 동숭동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는 두 인물의 1년 만의 재회, 함께 저지르는 각종 범죄, 경찰의 수사에 따른 갈등과 심리 등 대표 장면이 시연됐다.

무대에 놓인 피아노 한 대가 두 인물의 감정을 따라 연주되며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대웅 연출은 "오리지널 대본과 악보에 어떤 의미로 충실할 수 있을까 원론적인 고민을 했다.

이전 시즌에서 좋은 것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앞으로 10년을 생각했다"며 "추상과 현상, 구상과 비구상이 섞인 '나'의 기억 속 공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가 기존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됐다는 점이다.

이대웅 연출은 "원래 텍스트가 말하는 게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내가 느낀 강렬한 인상은 구원받지 못한 슬픈 영혼들에 대한 이야기였다"면서 "'쓰릴 미'가 소극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범죄에 대한 미화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질문에는 "'나'가 34년 만에 꺼내놓은 진실의 무게감과 불편한 진실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도 소감을 밝혔다.

'나' 역을 연기한 김현진은 "그동안 보여드린 캐릭터와 달라 도전이었지만 프로덕션에서 저를 '나'로 점찍은 것은 제 안에 그런 모습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닮은 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 역할의 구준모는 "그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지만, 배우인 저에게는 타당해야 하니까 그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내년 3월 1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