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중 60대 "인천 부자 마트 절도 사건 보고 기부 결심"
"어려운 이웃에…" 1천만원 내놓고 사라진 익명의 기부 천사
연말연시 이웃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익명의 기부 천사가 부산에 나타났다.

18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해운대구 좌2동 행정복지센터로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들어왔다.

큰 키에 패딩 점퍼를 입은 이 남성은 호주머니에서 액면가 1천만원짜리 수표 1장을 꺼내 공무원에게 건네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했다.

은행에서 막 찾아온 듯 수표 발행 일자는 17일로 찍혀 있었다.

이 남성은 이후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행정복지센터를 나가려고 했다.

큰 금액에 깜짝 놀란 공무원은 이 남성을 붙잡고 "좋은 일을 하게 된 경위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하자 이 남성은 "저도 몸이 아파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저보다 더 못 먹고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기부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아버지와 아들의 마트 절도 사건도 기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인천 한 마트에서 부자가 생활고에 우유 2팩과 사과 6개를 훔치다가 적발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관은 이들을 훈방하면서 국밥을 대접했고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방송돼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경송 좌2동장은 "연말을 맞아 선행의 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익명의 기부천사가 보내주신 수표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 처리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