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은 1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인터뷰에서 "과거에 취해 살진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한)석규나, (송)강호 같이 90년대 후반 '넘버3', '쉬리' 등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는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이 다양한 색깔, 다양한 작품이 나오도록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은 갖고 있다"고 밝혔다.
'천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 세종과 관노로 태어나 종3품 대호군이 된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년간 꿈을 함께하며 위대한 업적을 이뤄낸 두 사람의 관계를 꼼꼼하게 그려내며 시사회 이후 호평받고 있다.
최민식은 장영실 역을 맡았다. 세종 역의 한석규와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하며 연기 명장의 면모를 보였다. 장승업(영화 '취화선')과 이순신(영화 '명량'), 올 여름 홍범도(영화 '봉오동 전투')까지 역사적 인물을 자신만의 색깔로 생생하게 그려냈던 최민식은 이번엔 세종 앞에선 천진난만하고, 기기를 만들땐 누구보다 번뜩이는 천재성을 보였던 장영실의 모습을 그려냈다.
최민식은 함께 호흡을 맞춘 한석규에 대해 "학교 후배이자 충무로에 몇 안되는 제 직속 '쫄따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최민식은 '천문' 촬영을 하면서 한석규와 많은 얘기를 했다고 전하면서 "실험성을 띤 영화들이 등장했던 '아메리칸 뉴 웨이브 시네마'처럼 우리도 다양한 색깔, 장르를 끌어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위기 의식까진 아니지만, 필요성은 느낀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몇 개의 투자배급사가 자금을 주도하는 지금의 상황도 이해한다"며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선배 배우들이)가 먼저 신뢰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지만 보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작품을 개발하고 신인 감독들도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도록 하는게 생명을 주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과거에도 스크린쿼터 등 영화계에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발언을 용감하게 한 배우로 꼽혀왔다.
최민식은 "정치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참 힘들다는 걸 그때 느꼈고, 영화인들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좋다, 나쁘다 할 이유도 없다"며 "저희는 어쨋든 본업은 영화고, 좋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조성하는게 가장 좋은 일 같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은 그런 의미에서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제), 박동훈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허진호, 임상수 이런 고참들도 계속 작품을 해야하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도 이야기가 좋았다"며 "김태리도 처음부터 김태리가 아니었듯, 잠재된 역량을 끄집어낸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역량을 발휘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작품들이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천문'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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