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처벌 뒤에 남는 것들 =

▲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김민주 지음.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1년간 이곳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저자가 만난 북한과 북한 사람들 이야기다.

저자는 2015년 봄, 하루 한 대밖에 없는 관광버스를 타고 북한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외우고 또 외우며 개성공단으로 향한다.

저자의 북한 근무는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였다.

파키스탄 지진 현장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이들과 비슷한 곤경을 겪고 있는 휴전선 너머 동포들을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고 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까 해서 대학과 대학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그 사이 통일부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하며 북한의 식량 문제를 더 깊이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고 북한 주민들의 영양 실태에 관해 학위 논문도 썼다.

그렇게 석사학위를 받고 난 직후 개성공단에서 근무할 영양사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가족들과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의 염려와 만류를 극복하고 결국 개성공단에서 일하게 됐다.

근무 첫날에 같은 식당에서 일하게 된 북한 종업원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29살이던 자신을 42살이라고 소개하던 선임 영양사에게 얼떨결에 동조할 만큼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게 거리감을 느꼈지만 세월이 가고 정이 쌓이면서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4계절을 다 보내고 설날 연휴의 마지막 날 "새벽 추위에 발이 얼어터지겠다"던 북한 종업원들을 위해 지하철역에서 털신을 산 저자는 이걸 받아들고 그들이 얼마나 즐거워할지를 상상하며 신나던 중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연락을 받는다.

연휴가 끝나면 함께 먹으려고 개성공단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사과와 과자, 그리고 숙소의 옷가지와 물품들, 냉장고 속의 식자재들을 그대로 둔 채 퇴근한 지 4년이 다 돼 가도록 일터였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지니. 222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 석정연 지음.
계약직 사서로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노동 현장의 모습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실태에 관해 적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지도 수업을 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권유받았다.

학교 측은 저자가 열정적으로 일한 노력을 인정해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고무된 저자는 대학 부설 사서교육원에 등록해 각고의 노력 끝에 준사서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그사이 바뀐 교장은 자격증을 내미는 저자를 외면한 채 오히려 저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새 사서를 뽑겠다며 모집 공고를 낸다.

저자는 하소연할 곳을 찾아 고용노동청 상담원을 만나고서야 자신이 어떠한 법적 보호도 거의 받을 수 없는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는 봉사직으로 전환하든가 그만두라는 학교 측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바뀌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간신히 체결한다.

일은 그대로이고 근무 경력은 늘었는데 대우는 더 열악해진 것이다.

그나마도 저자가 교육청 등 관계기관을 찾아 하소연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저자는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비정규직 속에서도 구별을 짓고, 차별이 일어나면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지를 널리 알리고 싶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산지니. 244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처벌 뒤에 남는 것들 = 임수희 지음.
현직 판사인 저자가 법정의 경험을 토대로 '응보 사법'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회복적 사법'의 접근법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회복적 사법이란 범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형사사법 체계와는 달리 범죄로 인한 피해의 실질적 회복과 진정한 책임을 기초로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피고인과 피해자 등 이해관계자가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그로써 지역공동체의 평화를 추구하는 패러다임이다.

저자는 형사사법에 회복적 사법을 적용하는 법원의 시범사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공감적 대화를 통해 이해, 사과, 치유, 진정한 책임과 용서, 피해복구가 이뤄지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저자는 현행 응보 사법과 회복적 사법이 대척점에 있다기보다는 보완적 관계라고 본다.

그는 "응보 사법의 확립 하에서 회복적 사법을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해 금전적 배상 등은 물론 정서적, 관계적 회복 등을 포함한 실질적 회복을 가능케 할 것이며 결국 이는 응보 사법의 핵심인 '책임'을 더 높은 차원으로 완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썼다.

오월의봄. 280쪽. 1만5천원.

[신간]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