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컴퓨터그룹의 해외 진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 2~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AWS 리인벤트(Re:invent) 2019’에서 한글과컴퓨터는 아마존 워크독스(WorkDocs)용 웹오피스 리뉴얼 버전, 한컴오피스 2020 글로벌 버전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 대상의 클라우드서비스 1위 공급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매년 세계 100만 이상의 고객과 파트너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기술 콘퍼런스에서 한글과컴퓨터 제품을 선보여 향후 고객 확보에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존 워크독스에 회사 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AWS 마켓플레이스에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인 ‘한컴스페이스’를 구축해 구독형 라이선스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그래픽=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지난 5일 유럽 1위 전자제품 판매점인 미디어마트를 통해 독일(424개), 오스트리아(49개) 등 매장에서 ‘한컴오피스’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중화권 지역의 대표 가전기업인 ‘씽킹그룹(Thinking Group)’과 한컴오피스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씽킹그룹은 중국 상하이 및 베이징, 선전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최근 씽킹그룹은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보급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 1분기 홍콩, 대만 지역의 100여 개 매장과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프트웨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회사를 통해 홍콩, 대만을 거점으로 중화권 및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판매 채널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6월 아시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유통기업인 중국 웨이쉬그룹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웨이쉬그룹은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9개국에서 4만8000여 유통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다. 올 5월 러시아 대표 포털업체인 ‘메일닷알유(Mail.Ru)’와 웹오피스 공급계약도 맺었다. 이에 따라 메일닷알유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에 기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대신 한컴오피스를 적용한다.

메일닷알유는 매출 1조4000억원(2018년 기준) 규모인 러시아의 대표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1억 명이 넘는 메일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진출은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주로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정부 상대 계약을 추진해 해당 국가의 정보기술(IT) 인프라에 적합하지 않았다. 최근 달라진 점은 한글과컴퓨터가 국내에서 30%대 시장점유율과 경쟁력을 가진 제품군을 보유하게 됐고,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인 AWS에 공급해 검증받은 것이다.

현재 한글과컴퓨터는 PC용 오피스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모바일오피스, 웹브라우저만으로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웹오피스까지 풀오피스 라인업을 구축했다. 세계에서 이런 제품군을 보유하고 의미 있는 고객까지 확보한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뿐이다.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내년 한글과컴퓨터의 해외 진출 성과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AWS에 웹오피스 고도화 작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진행하고, 가입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각 지역의 소프트웨어 및 가전 유통업체를 기반으로 일본, 러시아는 물론 유럽, 중화권(홍콩,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을 통해 소프트웨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중화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한글과컴퓨터의 최근 주가는 본사 오피스 제품의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실적 부진과 해외 진출 대비 부진한 실적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내년에는 자회사의 실적이 점차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한컴오피스 제품군의 해외 진출이 진행되면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수출이 가시화되면서 점차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판단한다.

jongsun.park@eugen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