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 "사재기 안 하면 못 맞출 수준" 지적
미중 합의문 내용은?…"中, 美농산물 구매 목표 비현실적"
미국과 중국이 타결한 1단계 무역합의의 세부 내용이 미공개된 상황에서 미국 측이 성과로 내세우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목표치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 등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3일 1단계 무역합의 타결을 발표하면서 "미국 농산물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금액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같은 날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미국산 농산물 320억 달러(약 37조원)어치를 더 구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전인 2017년 240억 달러(약 28조원)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했는데 앞으로는 연간 400억 달러(약 46조6천억원) 규모로 구매를 늘리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와 별개로 중국이 연간 50억달러 규모의 농산물 추가 구매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곧(pretty soon)"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실제로 그만큼 증가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싱크탱크 아시안무역센터(ATC)의 데버러 엘름스 국장은 "미친 듯이 구매 규모를 늘린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서 "그런 구매액에 부응할 중국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미국 제품과 서비스 구매를 늘리겠다면서도 시장 상황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준수를 전제한 것을 지적하며 "이것은 '약속은 하지만 시장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목표액을 못 맞출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CCB 인터내셔널 시큐리티즈의 마크 졸리 글로벌 전략가는 "일부 합의 내용은 현실보다 정치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면서 "일각에선 사재기를 하지 않는 한 (중국이) 목표액을 채우지 못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중국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 미국이 중국 측에 제시한 조건에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을 분기별로 평가해 합의한 규모보다 10% 이상 모자랄 경우 관세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이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최근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이행장치가 합의에 포함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1단계 무역합의 타결에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아직 별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이 클 때 가격이 오르는 금 현물의 17일 현재 국제시세는 온스당 약 1천477달러로 박스권에 갇힌 채 횡보하고 있다.

미국의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1천481달러로 전날보다 오히려 0.1% 올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