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판매 중개 등 혐의로 2017년 체포돼 보석도 기각

북한의 미사일 부품 수출 등을 도우려 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호주인의 공소기각 요청을 법원이 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호주 시드니의 한 법원이 지난 5일 최모 씨의 이런 요청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7년 말 체포된 최씨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판매 중개를 포함한 8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내년 2월 재판을 앞둔 그는 지난해 10월에도 보석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최씨의 변호인은 보석 심리에서 최씨가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인물이 아니며 호주 사회에 순응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평화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거나 다른 사람을 그렇게 하도록 선동할 수 있는 '국가안보이익과 관련이 있는 범죄인'으로 분류돼 2년째 호주에서 가장 악명높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WSJ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나 1987년 호주에 이민을 온 최씨는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북한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2001년 호주 국적을 취득한 그는 아들과 두 손자를 둔 평범한 가장으로, 자유 시간에는 탁구와 낚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北미사일 수출중개' 한국계 호주인 공소기각 요청 법원서 거부
경찰 조서 등을 보면 그는 2008년 한국의 한 기업에 북한산 무연탄 1만1천여t을 판매하는 일에 관여했다.

당시 판매대금 40만달러는 러시아 은행을 통해 북한에 있는 최씨 명의의 계좌로 송금됐다.

이 거래는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에 이뤄져 혐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그러나 이 거래가 최씨와 북한 간의 오랜 관계는 물론 더욱 큰 거래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고 보고 있다.

최씨는 이후 관련 기업을 잇달아 세우고 시리아, 러시아, 수단 등 북한과 오래 거래한 전적이 있는 국가들로 자주 출장을 갔으며, 2007~2011년 북한을 9차례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정부 관료나 군 장성들과의 연결책 역할을 하는 캄보디아의 한 식당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2017년 미국과 유엔이 대북제재를 강화하며 북한의 석탄을 해외에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나, 최 씨는 이를 계속 시도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한번은 인도네시아의 구매자에게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나 중국산으로 보이도록 하는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거래는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이 우려를 표하면서 무산됐다.

이 외에도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 무연탄인 것처럼 조작해 베트남의 한 회사로 보내려 했으나, 역시 중도에 거래가 중단됐다.

'北미사일 수출중개' 한국계 호주인 공소기각 요청 법원서 거부
체포되기 몇달 전에는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 기술, 전문지식을 대만의 기업인을 통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한 조직에 판매하는 일을 중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그가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북한을 대신해 일하는 조직들과 암호 등을 이용해 협상을 진행했으며, 협상 과정에선 미사일을 '작은 소나무', 무기 제조 공장을 '묘족장'이라고 부르는 등 암호를 사용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이 제기한 이런 혐의에 대해 최씨 측 변호인은 그 어떤 거래도 성사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호주 경찰은 외국 기관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석달간 그를 감시했으며 최씨가 실제로 공급하기 전 체포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호주 당국에 자신을 고발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 2015년 4월 북한산 석탄을 한국 기업에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일을 중개하려 한 적이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