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 간부 인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실제 인사가 단행돼 검찰 수사가 방해받을 경우 직권남용 등 위법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한 다음날인 지난 12일 법무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날 검찰 인사 관련 보고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13일 검찰이 이례적으로 다음달 간부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인사검증과 관련해 장관 후보자의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인사 관련 보고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아직 민간인 신분인 사람에게 법무부가 인사청문회와 관련없는 검찰 인사 관련 보고를 했다면 위법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최근 검사장 후보군인 사법연수원 28~30기 출신 등에게 검증 절차와 검증 계획, 자료 제출 동의 등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검사는 대통령령으로 필수 보직 기간이 1년으로 정해져 있다. 검찰 간부 인사가 지난 7월 있었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내년 6월에 검증자료를 요청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6개월 만에 또다시 인사를 한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선 다음달 추 후보자 임명과 동시에 현 정권에 부담을 준 수사팀을 교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교체 대상엔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법무부는 대전·대구·광주고검장 등 현재 비어있는 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사라고 해명했다. 검사장 인사에는 차장, 부장검사급 인사가 뒤따르기 때문에 이들의 필수 보직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 대통령령을 정면으로 위반하게 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법조계에선 과거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판례나 적폐수사 사례처럼 직권남용 법리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권한 유무’보다 ‘권한 남용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 중형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도 같은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안 전 국장의 서지현 검사에 대한 성추행 및 인사불이익 과정상 권한 남용 문제를 인정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성적에 따라 인사를 했다거나 부정적 세평이 있었다는 주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들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합리적 이유 없이 현 수사팀에 대해 감찰 및 인사보복을 한다면 모두 직권남용에 해당해 법무부 장관이나 실무 담당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있다”며 “직권남용은 판례상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처벌도 엄격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