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리츠,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상장한 롯데리츠의 기초자산인 롯데백화점 강남점. /한경DB
최근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리츠,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상장한 롯데리츠의 기초자산인 롯데백화점 강남점. /한경DB
경기 판교신도시 현대백화점 맞은 편의 대형 오피스 빌딩인 크래프톤타워, 서울 남영역과 바로 맞닿아 있는 용산더프라임 등 초역세권 빌딩의 소유주는 '신한알파리츠'다. 이들 빌딩의 주요 임차인들은 게임 회사 크래프톤, 신한은행, 무인양품 등이다. 리츠(REITs)에 참가한 투자자들이 매년 크래프톤타워와 용산더프라임으로부터 받는 배당수익률은 연 4~6%다. 1년 새 주가는 40% 가까이 상승했다. 다른 투자 상품에서 기대하기 힘든 높은 수익률이다.

최근 부동산 투자시장에서 리츠,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집코노미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츠 5개(이리츠코크렙·신한알파리츠·모두투어리츠·케이탑리츠·에이리츠)의 수익률(시가총액 가중 방식 기준)을 분석한 결과 배당(0.87%)과 주가상승분(35.26%)을 합쳐 36.1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5.46%)와 중대형 상가(4.52%)의 직접투자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7배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집을 직접 사고파는 '직접투자'에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비교적 투자가 쉽고 안정성이 높은 '간접투자'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리츠·부동산펀드' 간접투자 각광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수익을 나누어주는 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이다. 분당에 위치한 NC백화점 야탑점, 롯데백화점 강남점 등 유명 백화점이나 역삼동 강남N타워, 서초동 삼성물산 본사 등 강남 알짜 건물이 리츠가 소유한 자산이다. 이 건물에 입점한 상점이나 회사들은 리츠에 임차료를 내고, 리츠는 그 수익을 개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국토교통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237개 리츠가 총 46조600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2017년 193개, 34조 원 수준에 비해 각각 23%와 37% 성장한 규모다.

과거에는 사모 펀드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공모형 리츠가 속속 등장하면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삼성물산 서초사옥, 잠실 삼성SDS타워 등에 간접 투자하는 NH프라임리츠는 공모 단계에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317.62 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 2017년 넷마블 이후 최대 규모인 7조7499억원이 모였다. 주가(지난 6일 종가 기준)도 공모가 대비 26% 뛰었다. 이 리츠보다 약 한 달 앞서 상장한 롯데리츠도 청약 증거금으로 4조7610억원을 끌어 모았다. 최근 한달 새 리츠 두 종목에 12조5000억원에 이르는 돈이 몰린 것이다.

부동산펀드에도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KB자산운용이 올 초 출시한 KB국민은행 옛 명동 본점 사옥을 기초자산으로 한 'KB 와이즈 스타 부동산 투자신탁 1호'는 판매 10분 만에 완판됐다. KB자산운용은 지하철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 사이에 있는 '센터플레이스' 빌딩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도 최근 내놨다. 한국투자운용,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내놓은 국내외 부동산 펀드들도 잘 팔렸다. 부동산펀드는 리츠와 비슷한 구조로 운영되지만 리츠와 달리 중도 환매가 불가능하고 하나의 자산(부동산)만 보유할 수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에 투자수익↑

은행 금리가 낮은 데다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관심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낮췄고 내년에는 금리가 더 내려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리츠 투자자들은 3개월~1년 단위로 배당금을 받는데 최근 연평균 배당 수익률은 연 5% 안팎이다. 연 1%대에 진입한 은행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울 경기 등 리츠의 기초자산들이 주로 위치한 수도권에서는 상업시설이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임대수익)이 시중 금융상품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서울 지역에서는 올 초 오피스 공실률이 11%에서 3분기 9.8%로 1.2%포인트 줄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부동산 간접투자로 시선을 돌리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부동산펀드는 연평균 수익률(4~7%)을 지급하며 펀드 만기 시 부동산을 매각하고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장기 보유자들 중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상가 건물이나 빌딩 등 대형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려면 적지 않은 목돈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접 투자에 대한 매력을 키운다. 최환석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실물 부동산에 접근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며 "부동산을 직접 매매할 경우 수십억 단위의 자산이 필요하고 양도세·보유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져야하지만 리츠 등을 이용하면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세금 부담도 적다"고 설명했다.

'옥석 가리기'는 필요

정부도 시중 유동성이 아파트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1.5배가 넘는 돈이 시중에 풀려 있는 상황에서 갈 곳 잃은 돈이 부동산시장 등으로 유입되면 주택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크다보니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등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 하고 있다.정부는 리츠의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늘리는 육성책을 내놨다. 또 역사복합개발이나 역세권, 복합환승센터 등 공공부동산 개발에서 공모 리츠와 부동산펀드를 우대키로 했다.

다만 부동산펀드 상품이 늘고 있는 만큼 '옥석 가리기'도 필요하다. 투자 자산의 입지와 가치, 임차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만큼,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오피스 빌딩을 자산으로 하는 리츠는 기초자산에 안정적인 임차인이 들어있는 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오피스 빌딩에 입주한 기업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옮겨 갈 경우 다음 임차인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 침체 가능성에도 대비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전반적인 임대료가 하락세를 보이면 수익률 하락 조정이 불가피해서다. 박용민 현진개발 대표는 "리츠가 보유한 상가나 빌딩 등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부실할 경우 리츠 청산 과정(투자 자산 매각)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시점도 중요하다. 대부분 상장 리츠사들은 연 5~7%가량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때 배당 수익을 계산하는 기준은 공모가다. 최근에는 리츠 쏠림 현상에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배당 수익률이 낮아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등 인기 리츠의 공모가 대비 배당 수익률은 연 6~7% 선이지만, 현 주가수준에서 매입하면 배당 수익률이 연 3~4% 정도로 뚝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