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2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 회장(앞줄 왼쪽 세 번째)이 지난 2월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LG 제공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 2월 올해 첫 대외 행보로 ‘LG 테크 콘퍼런스’를 선택했다. 이 콘퍼런스는 우수 연구개발(R&D) 인력 유치를 위해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LG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는 행사다. 올해부턴 참석자들이 R&D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장소를 서울 시내 호텔에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로 옮겼다.

올해는 인공지능(AI),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소재 재료, 자동차 부품, 배터리,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분야의 석·박사 과정 R&D 인재들이 참석했다. 구 회장은 참석자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LG의 R&D 공간에서 최고 인재들이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 “작년 하반기 LG 대표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이곳 사이언스파크”라며 “LG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믿음과, 최고의 R&D 인재 육성과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지난 4월에 LG전자, LG화학 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도 참석하는 등 ‘인재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마곡에 R&D 2만명 집결

LG는 R&D 인재 경영을 위해 총 4조원을 투자해 LG사이언스파크를 건설했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지어졌다. 여의도 총면적의 3분의 1이 넘는다. 20개 연구동이 들어서 있다. 현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명이 근무 중이다. 내년까지 2만2000여 명으로 늘어난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그룹의 주력사업인 전자, 화학 분야의 연구와 함께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동차 배터리·부품 등 성장사업 △로봇 △인공지능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사업 분야 연구도 진행 중이다. LG는 미래 준비를 위해 LG사이언스파크가 중심이 돼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AI,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 분야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창의성 발휘 돕는 공간 조성

R&D 인재들이 연구에 적극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LG는 공들이고 있다. 대규모 3차원(3D)프린트실, 물성분석장비 등 첨단 장비와 연구실을 한 곳에 갖춘 ‘공동실험센터’와 소속사와 상관없이 융복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자율’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한 장소도 곳곳에 조성했다. 사무실 공간에도 자율과 창의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통합지원센터 건물 내에 여러 계열사가 모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시너지 허브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선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등 다양한 계열사 직원들이 근무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각자의 전문 지식을 교류할 수 있다.

연구단지 설계 또한 엔지니어들의 활동에 최적화했다.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일직선 대로와 연구동들을 연결한 지하 1층 통로, 연구동 사이를 이어주는 공중다리 등은 다양한 전공과 기술 분야의 연구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다양한 문화 강좌 제공

유연근무제도도 시행 중이다. 직원들은 각자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여러 계열사 직원들이 한곳에 근무하고 있어 독특한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린다. 작년 4월 사이언스파크 개장 이후 LG는 비정기적 세미나를 60회 이상 열었다. 세미나는 단순 강의를 넘어서 자유로운 토론 문화의 정착을 통해 LG계열사 간의 역량을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기회로 자리매김했다. 교육, 세미나, 테크페어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융복합적 관점의 고객 인사이트 발굴 및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보 공유 등 집단 지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작년 7월 LG전자가 진행한 ‘2018 LG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날(SEED)’이 좋은 사례다. 열린세미나로 진행돼 전자 외에 AI 개발에 관심이 있는 연구단지 내 다른 회사 연구원까지 참석해 노하우를 공유했다. 세계적 명문 대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슈리지 수석연구위원을 초청해 강의를 듣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직원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축제행사 ‘LG 컬처위크 2019’도 열었다. 북콘서트, 벼룩시장, 문화공연, 올레길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