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등 '2050 탄소중립' 구체적 재원 방안 요구…'원자력 역할' 놓고도 이견
EU 정상들, 기후변화 대응 계획 놓고 충돌(종합)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2일(현지시간)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법과 관련 자금 확보 문제 등을 두고 충돌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한 EU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목표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탄소 중립'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탄소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 실질적인 순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달 초 새로 출범한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이 같은 목표에 합의하기를 바라고 있다.

EU 집행위는 이를 위해 전날 기후변화,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제안했다.

그러나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그동안 이 같은 목표에 반대해왔던 동유럽 국가들은 이번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석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해당 목표가 자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EU 정상들, 기후변화 대응 계획 놓고 충돌(종합)
EU 집행위는 이들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회원국이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데 투자하는 1천억 유로(약 132조원) 규모의 '공정 전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반대국들은 보다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방안 등을 요구하는 등 기후변화 목표에 합의하는 데 조건을 내걸었다.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는 '탄소 중립'을 이루는 데는 체코에서만 300억∼400억 유로(약 39조7천억∼53조원)이 들 것이라면서 좀 더 구체적인 자금 확보 방안을 요구하고, EU가 2021∼2027년 EU 장기 예산안에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그 비용을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가량으로 추산했다.

EU 정상들은 원자력의 역할을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헝가리와 체코는 EU가 원자력을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인정할 것을 촉구한 반면 이에 반대하는 룩셈부르크는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단계적인 원자력 발전소 폐쇄를 추진하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도 룩셈부르크와 같은 입장이다.

바비스 총리는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인데 왜 이에 동의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만약에 우리가 오스트리아에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오스트리아인의 4분의 1은 커피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EU 내 최대 원자력 사용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가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석탄 사용에서 벗어나야 하는 국가들이 하루아침에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고, 오르반 총리는 "원자력 없이는 '탄소 중립 유럽 경제'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우리는 원자력은 지속가능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것을 확신한다"면서 EU의 자금이 원전을 세우는 데 사용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처럼 회원국간 이견이 분출하고 언쟁이 계속되면서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탄소 중립' 목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U 외교관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간 상당한 힘겨루기와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문제 외에 EU 장기 예산안에 대한 합의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