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이는 희경이대로 저는 저대로 여자로 사는 삶을 겪었죠. 제 딸도 이 연극에 나오고, 희경이는 벌써 할머니이기도 해요.
그런 경험들이 연극에 녹아났을 것 같아요.
"
성병숙은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여자만세 2'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병숙과 양희경은 '여자만세'에서 '이여자'역을 맡았다.
'여자만세2'는 고지식한 시어머니와 순종적인 며느리가 사는 집에 70대 '이여자'가 하숙생으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다.
점심때 먹은 반찬은 저녁상에도 못 올리게 하는 공주병 시어머니 홍마님을 모시고 사는 최서희. 게다가 하나뿐인 딸 미남은 사회생활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괴로워한다.
시어머니 등쌀과 자식에 대한 걱정 탓에 힘겨워하는 서희는 어느 날 흥이 넘치는 '이여자'가 하숙생으로 들어오면서 삶의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올해 64세인 성병숙은 누군가의 딸, 아내, 며느리, 또 엄마로서의 과정을 거쳤다.
그는 이번 역할을 위해서 이 가운데 딸로서의 기억을 또렷이 떠올렸다고 한다.
성병숙은 "엄마를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엄마의 말투, 옷과 이런 것으로 이 역을 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배우 성병숙과 양희경은 올해에만 벌써 두 편의 작품에서 만났다.
지난 9월 연극 무대에 오른 '안녕, 말판씨'와 오는 24일부터 공연되는 '여자만세 2'를 통해서다.
하지만 두 작품에서 만나기 전까지 무려 24년 동안 같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
양희경은 "드라마를 하면서도 1년에 한 편은 연극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동안 병숙이는 연극무대에 섰다"며 "언젠가는 한 무대에 설 것을 기대했는데, 한 무대에 선 지 24년만인 올해 두 편이나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더블 캐스팅이라 실제로는 같은 무대에서 만나지 못한다"며 "언젠가 한 무대에 설 거라는 마음으로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며 웃었다.
최서희 역을 맡은 윤유선은 "딸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제법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역할을 맡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즐겁고 유쾌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가족애를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배역은 더블 캐스팅됐다.
이여자 역은 양희경과 성병숙이, 최서희 역은 윤유선과 최지연이 나눠 맡는다.
홍마님 역은 김용선과 정아미가, 홍미남 역은 서송희와 여우린이 연기한다.
'여자만세2'는 잘 만든 소극장 공연을 발굴해 업그레이드해 선보이는 예술의전당의 연극 육성 프로젝트 '창작키움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이다.
제작비는 예술의전당과 일신창업투자주식회사가 공동 부담한다.
이 작품은 2018년 대학로에서 초연됐는데, 이번에 주연 배우들이 바뀌었다.
연출은 초연과 마찬가지로 장경섭이 맡았다.
연극은 오는 24일부터 내년 2월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상연된다.
관람료는 5만~6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