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1만원, 출퇴근 차량 및 중식 제공.’하이트진로의 경기 이천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조건이다. 업무는 소주 공병 선별 및 세척, 공장 내 환경미화 등이다. 이 일에 60대 이상 장년층이 몰려들고 있다. 지역에선 ‘최저 시급(올해 기준 8350원)에 딱 맞춰주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일자리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하이트진로는 이천공장에서 참이슬, 진로이즈백 등 소주를 생산한다. 공병 재처리는 소주 생산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소주병 1개를 제작하는 데 300원이 들지만, 세척 비용은 60~70원에 불과하다. 세척 후 재사용하는 게 이득이다. 주류업체들은 소주병을 7~8회 정도 재사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소주 공장에선 공병을 분리하고 세척하는 인력이 필요하다. 이천공장에서 공병 재처리 일을 하는 사람은 하루 8시간 일한다. 원하면 4시간의 특별 야근도 할 수 있다. 최대 12만원까지 벌 수 있다.하이트진로는 주로 벼룩시장 구인광고나 인력업체 소개를 통해 사람을 모집한다. 기존 근무자가 지인을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공장 정규 직원과 같은 식사를 제공받고 출퇴근 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천공장에선 현재 80여 명이 공병 재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이 인기를 끌면서 일감이 늘었다.주류업계는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초록색 규격병을 사용하고, 교차 회수해 다른 브랜드의 라벨을 붙여도 무방하도록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투명한 데다 디자인도 독특한 진로이즈백의 공병은 다른 업체에서 사용할 수 없다. 하이트진로가 공병을 모두 떠안아야 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공장 관계자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시급이 높다는 점 때문에 어르신들이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하이트진로가 시가총액에서 롯데칠성음료를 1조원 가까이 따돌리며 주류업계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하이트맥주가 소주 맥주 등 주류 제품 판매 실적에서 롯데칠성음료를 압도한 결과다.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2만7800원, 13만3500원에 마감했다. 시총은 각각 1조9497억원, 1조671억원으로 하이트진로가 8826억원 많았다.두 회사의 시총 차이는 연초 451억원에 불과했고 상반기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하이트진로는 치고 올라간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속절없이 하락해 시총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지난달에는 두 종목의 시총 격차가 한때 1조원 넘게 차이가 나기도 했다.시총 격차는 두 회사의 제품 판매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진로이즈백’과 맥주 ‘테라’ 판매 증가로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7.9% 늘어난 492억원을 기록했다.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피츠’가 모두 판매 부진을 겪으며 고배를 마셨다. 롯데칠성음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 떨어진 490억원이었다.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팀장은 “국내 주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 이미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는 어렵고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다른 회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구도가 불가피하다”며 “하이트진로의 실적 개선과 롯데칠성음료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증권사들은 하이트진로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미래에셋대우(2만4000원→3만2000원)를 포함해 다수의 증권사가 하이트진로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반면 롯데칠성음료에 대해서는 NH투자증권(18만원→17만원) 등이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국내 기업은 줄잡아 50곳을 훌쩍 넘는다. 대회마다 보통 100명 넘는 선수가 참가하기 때문에 후원 기업으로선 소속 선수의 시즌 1승도 장담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후원 효과는 소속 선수들이 한 시즌 4승 이상을 거두면 ‘대박’, 3승 이상은 ‘성공’, 1~2승은 ‘무난’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를 토대로 2019시즌 국내외 여자골프 후원사별 성적을 집계해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는 롯데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하이트진로가 ‘초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나타났다.스포츠마케팅업계 고위 관계자는 “투어 1위에 전관왕까지 휩쓴 선수를 배출한 롯데와 하이트진로가 명실상부한 올 시즌 후원왕”이라고 평가했다.롯데, 혜진 천하로 ‘함박웃음’2019시즌 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 중 가장 많이 웃은 건 단연 롯데다. 후원 선수가 1승도 올리지 못한 기업이 수두룩하지만 롯데는 올해에만 5승을 올렸다.최혜진(20)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4월 메이저대회 크리스F&C KLPGA챔피언십을 시작으로 올 시즌 혼자 5승을 쓸어담았다. ‘데뷔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할 정도의 샷 감각을 뽐내며 KLPGA 대세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대상, 상금왕, 다승왕, 최저타수왕에 이어 인기상, 베스트플레이어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2017시즌 ‘핫식스’ 이정은(23)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관왕을 꿰찼다. 최혜진의 활약에 따른 광고 효과만 200억원은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스포츠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통상 국내에서 6승 정도를 올려야 광고 효과가 2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혜진은 5승이지만 전관왕에 올랐기 때문에 효과는 2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평가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어리면서도 잠재력 있는 선수를 발굴하려 한 노력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하이트진로 글로벌 홍보 효과 ‘초대박’LPGA투어 선수 후원기업 중에선 하이트진로가 단연 1위다. 고진영(24)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데다 주요 부문 타이틀을 휩쓴 덕분이다. ANA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4승을 수확한 게 밑거름이 됐다. 이를 토대로 한국 선수 최초로 한 시즌에 올해의 선수, 베어트로피(최소 타수), 상금왕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주는 ‘롤렉스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와 가장 많이 톱10에 오른 선수에게 주는 ‘리더스 톱10’상도 차지했다. 이로 인한 광고 효과만 최소 5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중견 건설회사 대방건설이 그 뒤를 이었다. 승수는 3승이지만 효과는 ‘3승 이상’이라는 평가다. 올 시즌 LPGA투어에 데뷔한 이정은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한국 선수의 신인상 계보를 이은 데다 2승을 올린 허미정(30)까지 가세한 덕분이다. 김세영(26)이 시즌 최종전을 포함해 3승을 올리면서 미래에셋대우도 막판에 웃었다.가성비는 비씨카드·한화·볼빅·KB금융비씨카드와 한화, 볼빅, KB금융은 ‘가성비’에서 앞섰다는 평가다. 올 시즌 내내 우승이 없던 장하나(27·비씨카드)는 하반기 들어 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과 LPGA투어 BMW챔피언십을 잇달아 제패했다. 주목도가 높은 데다 우승 상금도 다른 대회 두 배가 넘는 대회를 싹쓸이한 만큼 홍보 효과는 ‘2승 이상’이라는 분석이다.한화는 신인 임희정(19) 3승, 베테랑 김지현(28) 1승 등 4승으로 국내 다승 부문에서 롯데의 뒤를 이은 가운데 임희정이 신인 돌풍을 일으킨 덕에 주목도가 높았다. 볼빅은 조아연(19)이 국내 개막전 정상에 선 데 이어 신인왕에까지 올라 창사 이래 최대 홍보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KB금융은 시즌 마지막에 웃었다. 올 시즌 우승이 없었지만 안송이(29)가 최종전에서 우승을 안겼다. 237개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는 ‘극적인 스토리’로 골프팬의 심금을 울렸다. 주목도가 워낙 높아 우승 효과는 ‘1승 이상’이라는 분석이다.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