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체 충돌 등 3가지로 압축…탐사선 토양샘플 수거해 2023년 귀환
10㎝ 미만 입자 내뿜는 소행성 '베누' 미스터리 풀려
미국이 우주선을 보내 탐사 중인 소행성 '베누(Bennu)'가 10㎝ 미만의 입자들을 내뿜는 특이한 현상이 포착됐다.

미국우주항공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베누 궤도에 진입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1월 6일 탐사선의 카메라에 처음으로 입자를 방출하는 것이 잡혔다.

이 입자들은 처음에는 베누 뒤에 있는 별빛처럼 보였으나 정밀 분석을 통해 베누표면에서 방출되는 입자로 확인됐다.

이런 현상은 이후 1월 19일과 2월 11에도 포착됐다.

오시리스-렉스 연구팀은 첫 입자 방출은 소행성의 남반구에서, 나중의 두 차례 방출은 적도 인근에서 발생했으며 모두 늦은 오후 시간에 벌어졌다.

방출된 입자들은 1인치(2.54㎝)보다 작은 것부터 최대 4인치(10㎝)에 달하는 것까지 크기가 다양했으며, 초속 3m로 베누 주변 궤도를 잠시 돌다가 표면으로 다시 떨어지거나 우주 밖으로 날아갔다.

가장 규모가 컸던 1월 6일 입자방출 때는 약 200개의 입자가 방출된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베누의 입자 방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몇 달 간 매달린 끝에 유성체 충돌과 열응력(應力) 균열, 수증기 증발 등 세 가지로 원인을 압축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우선 베누가 있는 곳이 유성체 충돌이 잦은 곳이어서 유성체 충돌 충격으로 표면의 입자들이 방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베누가 4.3시간 주기로 자전하면서 태양 빛을 받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표면 온도가 250~400K로 차이가 심해 열응력이 바위에 균열을 만들어 입자 방출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입자 방출이 모두 한껏 빛을 받은 뒤인 늦은 오후에 일어났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제시됐다.

10㎝ 미만 입자 내뿜는 소행성 '베누' 미스터리 풀려
이와 함께 베누에는 물을 머금은 점토가 많은데, 이 점토들이 가열되면서 물이 증발해 압력이 증가하고 표면을 흔들어놓아 입자방출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수석 연구과학자이자 이번 논문의 저자인 스티브 첼시 박사는 "예컨대 열응력 균열로 표면이 잘게 부서진 상황에서 유성체가 충돌해 입자 방출이 생기는 것처럼 이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열응력 균열이나 유성체 충돌이 원인이면 이런 현상이 작은 소행성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일 수 있으며, 수증기 증발이 원인이라면 베누처럼 물을 가진 소행성에만 나타나는 특수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오시리스-렉스는 내년 여름 베누에서 토양 샘플 등을 수거해 2023년 9월 지구로 귀환할 예정인데, 이 샘플 중에 방출됐다가 다시 표면에 떨어진 입자가 포함될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샘플 중 특정 입자가 표면에서 방출됐다가 수거된 것으로 확인하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시리스-렉스는 지난 2016년 9월 발사된 뒤 2년여의 비행 끝에 지난해 12월 3일 지구에서 약 1억1천200만㎞ 떨어진 베누에 도착해 올 초부터 본격적인 탐사를 해오고 있다.

지름이 492m에 불과한 베누는 NASA가 탐사선을 파견한 천체 중 가장 작은 것으로 2135년 달 보다 더 가까이 지구를 지나가고 2175년과 2195년에는 이보다 더 근접할 것으로 예측돼 있다.

지구와 충돌할 누적확률은 2천700분의 1에 달한다.

NASA는 태양계의 '타임캡슐'로 알려진 원시 소행성 베누를 통해 태양계 형성과 생명의 기원에 관해 연구하고, 지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소행성 충돌 가능성에 대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10㎝ 미만 입자 내뿜는 소행성 '베누' 미스터리 풀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