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주 "바지 입고 연주하는 건 곡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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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는 바이올리니스트…11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5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1)는 2014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82년 바이올리니스트 조세프 깅골드(1909~1995)가 창설한 이래 4년마다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미국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콩쿠르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당시 결선에 오른 6명 가운데 5명이 한국인이었다.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은 그가 바이올린 활을 잡은 후 늘 꿈꾼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우승하고 나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다 같이 커온 친구들이어서 그동안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는 콩쿠르 우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잡지에 기고한 칼럼 제목은 '굿바이 콩쿠르 인생'.
"콩쿠르는 중독성이 있어요.
이겼을 때, 짜릿합니다.
사람들은 환상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처럼 얘기하죠. 이기면 곧 빅스타가 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순간 콩쿠르에 나가는 게 저의 (음악적) 발전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언했어요.
중독성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야 진짜 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마치 다이어트할 때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아직도 흔들려요.
우승상금이 1억짜리인 콩쿠르도 있다고 해요.
10년을 모아도 못 모을 금액이거든요.
" 5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주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맥길대 부교수이기도 한 조진주는 '튀는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연주회에 드레스 대신 정장 바지를 입고 나가고, 신문과 월간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대중음악 애호가이기도 해 서태지와 2NE1 씨엘 음악에 열광한다.
"바지는 그냥 편해서 입었어요.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면 신경 쓸 일이 많아요.
옷이 '내려갈까 봐' '누가 볼까 봐' '뚱뚱해 보일까 봐' 신경 쓰이죠. 하지만 바지를 입으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이유뿐입니다.
왜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만 입어야 하나요.
그건 억압이라고 생각해요.
"
그런 상황은 일상에 산재한다.
식사 자리에서 남성 지휘자들 옆자리에 여성 연주자들 자리가 배치되는 일은 흔하다.
남성들은 인사를 이유로 은근히 여성들의 복장, 외모 등을 평가한다.
"매일매일 성차별이 있죠. 하지만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해요.
가부장적인 세계가 변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남성 연주자들도 물론 사는 게 힘들긴 해요.
서로 동지애를 가지고 잘 살아가야죠."(웃음)
조진주는 오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지난 밤, 꿈속의 이야기'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5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스'(Voice) 시리즈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협연자는 아타마르 골란이 나선다.
정경화, 막심 벤게로프, 바담 레핀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다.
국내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정경화에 이어 두 번째로 골란과 협연한다.
조진주는 골란과 함께 1부에서 멘델스존과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비에니아프스키의 '스케르초 타란텔라', 엘가의 '변덕스러운 여자' 등 소품을 선보인다.
"요즘 잘 안 하는 연주 형식이죠. 1부는 독주회 스타일로 꾸미고, 2부는 모두 소품으로 꾸몄죠. 이런 방식은 하이페츠나 메뉴인 같은 연주자들이 많이 한 스타일입니다.
소품을 많이 배치하는 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도 성가시기 때문이죠. 이 소품들은 엄마랑 차를 타고 가다가 듣던 제 어린 시절 음악들이에요.
제 추억이 담긴 음악들이죠. 음악적 소신을 지키고 관객들과도 소통하고 싶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
조진주는 어린 시절부터 집단에 완전히 동화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외로움이 그를 음악의 길로 이끌었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음악이 이렇게 수학적이면서도 마음을 흔들 수 있지"라고 감탄했고,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듣고는 감정과 형식의 완벽한 조화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음악 앓이'는 서른을 넘어서도 여전히 계속 중이다.
"음악만큼 제 속을 채워주는 게 없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내년에 책 한권을 내는데 그것도 음악에 대한 저의 애정이 담길 것 같아요.
소리를 통해 감성과 지성에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것, 그건 음악뿐인 것 같아요.
" /연합뉴스
5년 전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1)는 2014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82년 바이올리니스트 조세프 깅골드(1909~1995)가 창설한 이래 4년마다 개최되는 이 콩쿠르는 미국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콩쿠르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당시 결선에 오른 6명 가운데 5명이 한국인이었다.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은 그가 바이올린 활을 잡은 후 늘 꿈꾼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우승하고 나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다 같이 커온 친구들이어서 그동안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알았기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한다.
그는 콩쿠르 우승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는 콩쿠르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잡지에 기고한 칼럼 제목은 '굿바이 콩쿠르 인생'.
"콩쿠르는 중독성이 있어요.
이겼을 때, 짜릿합니다.
사람들은 환상적인 기회를 제공할 것처럼 얘기하죠. 이기면 곧 빅스타가 될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어느 순간 콩쿠르에 나가는 게 저의 (음악적) 발전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언했어요.
중독성 때문에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녀야 진짜 끊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마치 다이어트할 때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니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아직도 흔들려요.
우승상금이 1억짜리인 콩쿠르도 있다고 해요.
10년을 모아도 못 모을 금액이거든요.
" 5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주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캐나다 맥길대 부교수이기도 한 조진주는 '튀는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연주회에 드레스 대신 정장 바지를 입고 나가고, 신문과 월간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대중음악 애호가이기도 해 서태지와 2NE1 씨엘 음악에 열광한다.
"바지는 그냥 편해서 입었어요.
드레스를 입고 연주하면 신경 쓸 일이 많아요.
옷이 '내려갈까 봐' '누가 볼까 봐' '뚱뚱해 보일까 봐' 신경 쓰이죠. 하지만 바지를 입으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단지 그 이유뿐입니다.
왜 여성 연주자는 드레스만 입어야 하나요.
그건 억압이라고 생각해요.
"
그런 상황은 일상에 산재한다.
식사 자리에서 남성 지휘자들 옆자리에 여성 연주자들 자리가 배치되는 일은 흔하다.
남성들은 인사를 이유로 은근히 여성들의 복장, 외모 등을 평가한다.
"매일매일 성차별이 있죠. 하지만 대부분은 의식하지 못해요.
가부장적인 세계가 변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죠. 남성 연주자들도 물론 사는 게 힘들긴 해요.
서로 동지애를 가지고 잘 살아가야죠."(웃음)
조진주는 오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지난 밤, 꿈속의 이야기'를 주제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5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스'(Voice) 시리즈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협연자는 아타마르 골란이 나선다.
정경화, 막심 벤게로프, 바담 레핀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와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다.
국내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정경화에 이어 두 번째로 골란과 협연한다.
조진주는 골란과 함께 1부에서 멘델스존과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2부에서는 비에니아프스키의 '스케르초 타란텔라', 엘가의 '변덕스러운 여자' 등 소품을 선보인다.
"요즘 잘 안 하는 연주 형식이죠. 1부는 독주회 스타일로 꾸미고, 2부는 모두 소품으로 꾸몄죠. 이런 방식은 하이페츠나 메뉴인 같은 연주자들이 많이 한 스타일입니다.
소품을 많이 배치하는 건 준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업도 성가시기 때문이죠. 이 소품들은 엄마랑 차를 타고 가다가 듣던 제 어린 시절 음악들이에요.
제 추억이 담긴 음악들이죠. 음악적 소신을 지키고 관객들과도 소통하고 싶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
조진주는 어린 시절부터 집단에 완전히 동화하는 게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 외로움이 그를 음악의 길로 이끌었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음악이 이렇게 수학적이면서도 마음을 흔들 수 있지"라고 감탄했고,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듣고는 감정과 형식의 완벽한 조화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음악 앓이'는 서른을 넘어서도 여전히 계속 중이다.
"음악만큼 제 속을 채워주는 게 없었어요.
음악이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요.
내년에 책 한권을 내는데 그것도 음악에 대한 저의 애정이 담길 것 같아요.
소리를 통해 감성과 지성에 동시에 호소할 수 있는 것, 그건 음악뿐인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