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발표…고용 안정 장치도 마련
공공업무 수탁업체 '노무비 착복' 막는다…별도 계좌 관리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공기관이 일부 업무를 민간 업체에 위탁할 경우 계약금 중 노무비는 별도 계좌로 지급하고 노동자에게 임금으로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공공기관 업무의 수탁 업체가 노동자 임금을 낮춰 과도한 이윤을 챙기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고용노동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민간 위탁 노동자 근로 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공기관 업무의 수탁 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지침이다.

노동부가 작년 7∼11월 수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민간 위탁 업무는 모두 1만99개로, 예산 규모는 7조9천613억원에 달했다.

수탁 업체는 2만2천743곳이고 소속 노동자는 19만5천736명이었다.

민간 위탁 업무는 지자체 업무가 8천807개(87.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업무 분야별로 보면 사회복지관과 아이 돌봄 등 사회복지 업무가 4천769개(47.2%)로 가장 많았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공공기관이 업무 수탁 업체에 지급하는 계약금 가운데 노무비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수탁 업체가 노무비 전용 계좌를 개설하도록 하고 이곳으로 노무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수탁 업체가 노동자 개개인에게 실제로 지급한 임금이 얼마인지 확인하는 등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노동부는 "수탁 업체에 지급된 노무비가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사업주에게 착복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앞으로는 임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수탁 업체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수탁 업체가 객관성 없는 임의적 평가 등을 통해 고용을 중단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할 경우 수탁 업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계약 기간을 공공기관 업무 수탁 기간과 같게 해야 한다.

공공기관 업무 수탁 기간은 2년 이상을 원칙으로 한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공공업무 수탁업체 '노무비 착복' 막는다…별도 계좌 관리
공공기관은 수탁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때 수탁 업체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도 제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탁 업체 노동자의 파업에 따른 업무 차질 등을 계약 해지 사유로 명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수탁 업체로부터 노동자 임금·퇴직금 지급을 포함한 '민간 위탁 노동자 근로 조건 보호 관련 확약서'를 제출받고 업체가 이를 어길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공공기관은 민간 위탁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0명 이내의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간 위탁 관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위원회에는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다.

수탁 업체가 노동자 고용을 중단할 경우 계약서에 명시된 '특별한 사정'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도 관리위원회에서 하게 된다.

공공기관의 민간 위탁 사업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 사업의 3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는 중앙 부처, 지자체, 공기업 등이고 2단계는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등이다.

노동부의 이날 가이드라인 발표는 정부가 지난 2월 내놓은 공공 부문 정규직화 3단계 추진 방향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이 민간 위탁 업무를 직접 수행할지는 자율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고 수탁 업체 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공공기관이 민간 위탁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노동자는 직접 고용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정부가 민간 위탁 업무의 직접 수행 여부를 공공기관의 자율 검토에 맡긴 것은 정규직 전환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노동계는 비판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