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임기 연장 불허로 원내전략 '공중분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한 지 보름 만인 5일 국회로 돌아왔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오는 10일 임기 종료를 앞둔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는 회의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황 대표가 지난달 29일 단식 종료 후에도 청와대 앞 농성장을 지키다가 이날 국회로 돌아온 것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임박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한국당을 뺀 야당과 대안신당을 더한 '4+1' 공조로 오는 9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당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황 대표 등 지도부는 패스트트랙 협상과 대책은 '원내지도부 소관'이라며 선 긋기를 해왔지만, 이제는 총대를 메고 패스트트랙 저지 방안과 사후 전략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황 대표가 패스트트랙을 저지할 뚜렷한 대책도 없이 원내지도부 공백 사태만 초래했다는 당 일각의 비판도 있다.

'4+1' 공조가 한국당을 제외한 채 본회의 상정까지 내달려도 한국당으로서는 저지할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황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가 나경원 원내지도부의 임기 연장을 불허하면서 한국당의 원내 전략 역시 사실상 '공중분해' 됐고, 현 원내지도부가 남은 기간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향후 원내지도부가 교체되면 패스트트랙 원내 전략 역시 대폭 수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당내에선 오는 10일 정기국회 폐회에 앞서 본회의가 열린다면 지난달 시도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또다시 꺼내 들지 여부도 확정하지 못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민주당이 '4+1' 공조를 한다는 것은 우리의 필리버스터를 끝까지 안 받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새 원내지도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최고위 종료 후 '4+1' 공조에 관한 향후 전략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원내협상은 교섭단체 원내대표들 간의 일로, 한국당은 이제 원내대표 교체기에 있다"며 "한국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진정성도 담보되지 않은 채 근거 없는 협의체를 거론하는 데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언석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가 긴장 관계이지만 물밑 협상은 당연히 따라야 한다.

다만 민주당이 한국당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아 걱정"이라며 "큰집의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도 있듯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