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은 수없이 많은 나비들이다. 어두운 포도밭에서 카메라 셔터를 긴 시간 동안 열어두고 나비 형태의 플래시를 반복적으로 터뜨려 담은 것이다. 그래서 사진으로 존재하지만 사람의 눈으로는 직접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길을 걷는다. 땅과 숲과 호흡하며 길을 가다보면 누군가는 희망, 용서, 나눔의 빛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길엔 사람이 이동하는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씨는 산티아고 가는 여러 길 위에 빛을 채워, 아무리 삶이 팍팍해도 어딘가엔 이렇게 환한 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빛나는 나비들이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생명나무’ 시리즈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가가 새롭게 시작한 작업이다. (소울아트스페이스 2월 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