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하나재단 '정착 경험사례 발표대회' 개최
南정착 탈북민들의 애환…"고통의 과정, 희망으로 이겨내"
"낯선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의 정착과정은 때로는 생사의 경계로 내몰리는 듯한 고통의 과정입니다.

"
탈북민 정민우 씨는 지금은 잘 나가는 청소업체 대표다.

TV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면서부터는 '탈북 연예인'으로 불린다.

'성공적인 남한 사회 정착'이라는 오랜 꿈을 드디어 실현한 셈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에서 '인민군 중대장'으로 근무했던 그가 이질적인 남한 사회에서 자리 잡는 과정은 절대 순탄치 않았다.

정 씨는 밤낮없이 일해 모은 돈으로 식당 등을 창업했지만, 결국 전 재산만 날린 채 접어야 했다.

절망감 속에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기도 했다.

2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 정착경험사례 발표대회'에 7인의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정씨는 "한순간에 경제적 사형선고가 내려지자 앞길은 캄캄하고 지인들도 떠나갔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정 씨는 "값비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 정착 초기보다는 안정된 사업가가 돼 있다"며 "아직 앞길에는 끝도 없는 삶의 굴곡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 생계를 위해 19살 어린 나이에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었던 김은별 씨에게도 남한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김 씨는 "고쳐지지 않은 북한 말투 때문에 일을 하고자 찾은 곳에서는 매번 면접에 떨어졌다"며 "아직은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 때문에 (탈북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가 되고 싶어 간호학원에 입학했지만, 정작 강의 내용을 따라갈 수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는 "그만두자고 자포자기하면서 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김 씨는 그러나 하루에 수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 밤에는 치킨집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악착같이 공부했고, 지금은 어느덧 대학병원 4년 차 간호사가 돼 있다.

김 씨는 "대단하고 특별한 성공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에서 저는 특별한 행운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충남 서산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강예나 씨, 전남 강진에서 전복양식업을 하는 이은영 씨, 수산물유통업체를 창업한 김혁 씨, 건설 현장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유재운 씨, 강원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혜영 씨 등의 정착 사례도 함께 발표됐다.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마련한 이 날 행사에는 탈북민 지원과 정착을 돕는 하나센터 관계자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