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3주 만에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 상태에 놓여 있다”며 “입법과 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민식이법’ 등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며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한 정치적 수단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안건에 신청한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또 “2020년 국가 예산은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국회에 발목 잡힌 민식이법을 두고 여당에 이어 대통령이 직접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를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아이 부모들의 절절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라며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주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