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메재단·서울맹학교 '찾아가는 안마 서비스' 참여…어르신들 호평
'꾹꾹 눌러' 전하는 온정…봉사 나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
"안마 잘 받으시네요.

안 아프세요?" "안 아파요.

아유, 근데 주무르는 게 얼마나 힘들어. 살살 조금만 해요.

"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구립한남데이케어센터 지하 1층. 치매·파킨슨병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하루를 보내는 이곳에 간이침대 5개가 놓였다.

짙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안마사 5명이 손과 팔꿈치, 무릎 등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노인들의 몸 구석구석을 안마했다.

안마사 5명은 국립서울맹학교에서 안마사 교육 과정을 밟는 시각장애인들이다.

푸르메재단과 서울맹학교가 SK텔레콤 노동조합원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 중인 '서울형 노인 데이케어센터 찾아가는 안마 서비스 더 돌봄'에 참여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데다 아직 교육생 신분이지만 안마사들의 몸놀림은 하나같이 능숙했다.

안마를 받는 노인들은 뭉친 근육이 풀어지는 느낌에 나른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잠시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20∼30분간 안마를 받은 뒤엔 모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모(82) 할머니는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데 안마를 받고 나니 정말 시원하다"면서 "시각장애가 있다는 걸 하나도 못 느꼈는데 정말 그런가"라고 기자에게 묻기도 했다.

김종학 한남데이케어센터 원장은 "처음에 아플까 봐 안마를 꺼리던 분들도 한 번 받은 뒤엔 또 받고 싶어하시더라"라면서 "센터에는 몸이 경직되거나 불편한 분이 많은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전했다.

'꾹꾹 눌러' 전하는 온정…봉사 나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
장애인 안마사들도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양윤선(53)씨는 "내가 장애가 있어서 늘 도움을 받기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뭔가를 해드릴 수 있다는 게 참 좋다"며 "어르신 중에 안마를 받는 짧은 시간 동안 '그 힘든 시절을 어떻게 견뎠지'라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분들이 계시는데 듣다 보면 저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김준현(40)씨는 "그동안 같은 학교 학생들만 안마하면서 기술을 익혔는데, 밖에 나와서 어르신들한테 안마해드리고 반응을 접하니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시원하다', '정말 좋은 기술 배웠다'라고 말씀하실 때마다 자긍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푸르메재단과 서울맹학교는 내년 1월 8일까지 서울 종로구·용산구·중구·마포구의 서울형 데이케어센터 8곳을 돌며 센터마다 2∼3차례 안마 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재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이웃 사랑을 전하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점을 넓혀나간다는 취지다.

이희문 푸르메재단 종로장애인복지관 직업재활사는 "안마는 현행법상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고유의 직업 활동인데 이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이번 봉사가 안마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